한진가(家) 대주주 일가가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는 정석기업의 지분을 정리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이라지만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석기업은 28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보유 중인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0.76%(9,326주·29억8,400만 원)를 팔아 지분율이 3.83%로 줄었다. 이명희 고문은 6.87%(8만4,685주·270억9,900만 원), 조 부사장은 4.59%(5만6,458주·180억6,700만 원) 등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세 사람의 지분 12.2%를 사간 곳은 특수목적법인(SPC)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정리한 지분은 2019년 조양호 회장 사망으로 증여받은 것이다. 당시 이명희 고문은 6.87%를 받았고 조원태 회장 등 3명의 자녀는 각각 4.59%를 취득했다. 정석기업은 한진칼(180640)(48.27%)이 최대주주여서 지분 변동으로 소유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 빌딩과 부동산을 종합관리하는 곳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일가의 경영 참여 제한과 무관하다. 이렇다 보니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2023년까지 6차례에 나눠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약 2,700억 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명희 고문과 조 부사장이 다른 계열사 지분 취득 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석기업은 지난해 53억 원을 배당했고 아직 이익잉여금도 3,200억 원이나 있다. 지분을 들고 있으면 매년 수억~수십억 원의 배당을 받는다. 지분을 전량 정리한 두 사람은 각각 정석기업 고문과 정석기업 부사장이다. 이 때문에 지분 정리를 통해 조원태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한진을 비롯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실탄이란 해석도 있다.
한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4.59%)은 이번 지분매각에 참여하지 않아 아직 갈등 관계가 정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대주주 개인의 일로 매각 의도나 향후 사용 방향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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