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가 분리막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자 선제적인 투자로 ‘글로벌 습식 분리막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포석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SK IET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약 1조 1,300억 원을 투자해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유럽 3, 4번째 분리막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SK IET가 지금까지 단행한 단일 투자 규모로 역대 최대다. SK IET는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산업으로부터 구매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3, 4공장은 각각 연간 생산능력이 4억 3,000만 제곱미터(㎡) 규모로, 두 공장을 합치면 8억 6,000만㎡에 이른다. 여기에 폴란드에 있는 기존 1, 2공장의 6억 8,000만㎡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합하면 폴란드에서만 연간 총 15억 4,000만㎡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배터리 원가의 15~20%를 차지할 정도로 필수적인 소재다. SK IET는 배터리 분리막 중에서도 습식 분리막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이 오는 2025년 약 160억㎡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습식 분리막과 건식 분리막 수요 비율은 2019년 62 대 38에서 2025년 72 대 28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 IET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해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8%로 일본의 아사히카세히와 도레이를 제치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특히 분리막의 독보적인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워 수요처를 확대하고 있다. SK IET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화재 원인 중 하나로 분리막 손상이 언급됐지만 자사 제품에서는 화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분리막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도 균일한 품질을 구현하는 ‘축차연신’ 기술, 열과 충격에도 변형을 최소화하는 분리막 코팅 기술 등 차별화된 독자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 IET는 폴란드 3공장과 4공장을 올해 3분기에 착공해 2023년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기존 1공장은 올해 3분기 양산에 들어가며 2공장은 2023년 1분기 양산을 시작한다.
노재석(사진) SK IET 사장은 “SK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분리막을 확대 공급함으로써 자동차 소비자들의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전기차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