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급변하는 유통 시장에서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들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해 야구와 유통의 시너지 창출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온라인 1위 여성 패션 편집몰 W컨셉을 사들여 비식품 상품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아울러 국내 e커머스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쿠팡이나 네이버 등에 맞서 e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몸집 키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W컨셉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을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IMMPE의 지분 80%와 기존 주주인아이에스디커머스(20%)지분을 포함한 100%이며, 매각 금액은 2,650억 원이다.
지난 2008년 설립한 W컨셉은 회원수가 500만 명에 달하는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다양한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6,000개 이상 입점해 있다. 업계에서는 W컨셉의 자체 브랜드와 신세계 그룹의 명품·뷰티 유통 능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SSG닷컴은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매장에 W컨셉 입점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SSG닷컴의 오픈마켓 전환과 맞물리는 시점에 진행돼 기존 강점인 신선식품과 생필품뿐만 아니라 패션 등 비식품 영역으로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W컨셉 인수에 앞서 야구단 인수, 네이버와 지분 교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 등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커머스 강화와 더불어 오프라인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네이버 사옥을 직접 찾아 2,500억 원대의 지분 교환을 통한 ‘신세계-네이버’ 동맹을 성사시켰고, 최근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e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과 함께 주요 플레이어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다.
정 부회장의 이런 행보에는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점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계열사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 경쟁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런 M&A가 승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만 해도 5조 원에 달하는 만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인수 후에도 SSG닷컴과의 DNA 공유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앞서 신세계는 잡화점 '삐에로쑈핑',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츠', 소주 브랜드 '제주소주' 등을 인수했으나 성과 부진으로 사업을 접은 바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민주 임세원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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