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보복 소비 영향으로 지난해 고가의 명품 매출이 급증한 가운데 명품이라도 브랜드마다 실적 차이가 커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디올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페라가모코리아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이 두 명품 브랜드의 희비를 가른 건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주요 소비층인 이들의 취향 공략에 성공한 브랜드만 유독 인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한국 법인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의 2.4배인 1,04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285억 원으로 75.8%, 순이익은 777억 원으로 253.4% 뛰었다. 크리스챤 디올의 제품으로는 의류, 가방, 화장품 등이 있다.
반면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된 페라가모의 국내 법인인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억 원으로 전년 92억 원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 매출액은 1,056억 원으로 29.7%, 순이익은 35억 원으로 56.9% 감소했다. 다만 페라가모코리아 측은 “면세 매출의 급감으로 전체 매출이 역신장한 것"이라며 “지난해 국내 백화점과 아웃렛 매출은 플러스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명품을 위주로 한 보복 소비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3월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00.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각각 94%, 93.6% 뛰었다.
명품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백화점 매출을 이끌고 있다. 해외여행은커녕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 간 데 대한 반발 심리가 명품을 비롯해 대형 가전 등 값비싼 물건 소비에 몰린 것이다.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이른바 명품 3대장은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행렬)은 물론 종일 수백 명의 대기가 계속되고 있다. 3월 제주신라호텔에 문을 연 샤넬 팝업 매장은 온라인 예약 오픈 1시간 만에 오는 6월까지 모든 방문 시간대가 매진됐고 현장 대기를 열자 이른바 '제주 원정 오픈런'까지 등장하는 형국이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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