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자산 규모가 지난 3년 사이에 1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탄소배출권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상장사의 관련 자산·부채 규모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이 탄소배출권 할당량 상위 30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배출권 자산은 지난 2017년 2,163억 원에서 지난해 5,237억 원으로 불어났다. 3년 사이에 142.1%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배출부채는 7.8% 늘어나 7,0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각 기업에 탄소배출 할당량을 지정하고 있다. 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배출권의 여분이나 부족분을 한국거래소를 통해 매매할 수 있다. 이때 배출권 거래 내역은 반드시 회계 처리해야 한다. 이 중 기업이 사들인 배출권은 ‘배출권 자산’으로, 배출권 제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액수는 ‘배출부채’로 처리한다.
금감원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이 늘면서 각 기업의 배출권 자산·부채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8~2020년엔 전체 배출권의 3%를 돈을 주고 사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이 비중이 1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유상할당분이 증가하는 올해부터 배출권 자산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기업이 정부의 배출권 할당량 감축 계획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초과 사용에 따른 배출부채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출권 관련 회계처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여전히 기업들의 배출권 관련 공시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장사들이 회계처리 표준으로 삼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에는 배출권 거래 관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상장사가 주로 쓰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배출권 자산·부채를 계상하고 있다.
그나마 탄소배출권 보유 상위 30개사 중 9곳은 K-GAAP 주석 요구사항을 전혀 기재하지 않은 상황이다. K-GAAP에선 △정부로부터 무상 할당받은 배출권 수량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 수량의 증감 △배출권 자산·부채금액의 증감 △배출량 추정치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 관련 주석 공시 모범 사례를 안내할 것”이라며 “IFRS 개정 전까지 상장기업이 K-GAAP 등을 준용해 배출권 회계처리를 하고 관련 내용을 충실히 주석 공시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