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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韓 '메모리 초격차'도 사정권···R&D·설비·외교 '입체적 지원' 시급

■ 국가 대항전 속 우리 해법은

美, 장비부터 칩·지재권 고도화

메모리도 대규모 M&A 움직임

성사 땐 낸드점유율 韓 따라잡아

中도 '10년간 稅 면제' 파격 지원

혈혈단신 韓 기업 대응책 절실





미국이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으로 헤쳐 모여’를 외치고 나섰다. 특히 반도체 설계와 생산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미국은 연방정부 주도로 입안한 ‘미국을 위한 반도체(CHIPS for America)’ 법안 등을 앞세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하는 업계의 판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는 새로운 위기인 만큼 정부가 나서 설비투자 촉진책을 내놓고 반도체 핵심 장비·인력 등을 대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대기업이라도 과감히 지원하고 반도체 화학물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1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각 지역으로 세분화된 반도체 공급망을 분석하며 “반도체 코어 지적재산권(IP)이나 로직 칩 분야의 R&D, 장비 등 미국이 유리한 기술 분야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도체의 패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미국이 IP 보호와 무역통제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SIA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전략 수립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백악관 회의를 개최한 미국은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목적”이라며 “칩을 설계할 수 있지만 제조는 대만·한국에 의존해야 하는 미국의 처지, 그리고 통신 첨단 분야에서 핵심 부품인 칩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점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 비춰보면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전 세계시장의 41%를 점유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와 74%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반도체 코어 IP, 연산을 수행하는 로직 칩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코어 IP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레이아웃 설계 등에 연계된 것으로 생산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다. 동시에 미국 정부는 자국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패키징을 비롯한 반도체 후공정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들도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일본에 거점을 둔 낸드플래시 주요 기업인 기옥시아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옥시아 인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지만 실현될 경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4%의 삼성전자(005930)와 비슷한 수준의 공룡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우리 업체들이 그나마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미국 기업의 사정권에 들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반도체 굴기’로 자급자족을 목표한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버텨내기 위해 화웨이나 BOE·SMIC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 내재화에 힘쓰고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에는 반도체 미세 공정을 적용한 기업에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지난 30여 년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반도체 시장이 ‘국가 대항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기간에 육성하기 힘든 시스템 반도체 인력 확보, 반도체 장비 기업 육성, 설비투자 촉진 등은 정부만이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기업을 지키지 못하면 후방에서 이들을 뒷받침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생태계까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은 그동안 특별히 정부가 손대지 않아도 잘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공장 및 설비, 장비, 산업단지 조성 등의 분야를 확실히 지원하고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는 화학 재료 등과 관련한 규제가 많은데 이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산업협회도 이미 정부에 반도체 투자 50% 세액공제를 요청하는 등 건의 사항을 전달한 상태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설비투자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정부가 이를 직접 보장해줄 수는 없으니 세금 감면과 같은 지원 정책을 폭넓게 써야 한다”며 “한국은 R&D 분야 세금 감면의 폭은 넓지만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또한 “한국 정부는 대기업이 홀로 살아갈 여력이 있다는 가정 아래 정책적 접근을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외교적 차원의 대응도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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