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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며 쌓은 소통 경험…이젠 주민들 위해 쓸래요” [이웃집 경찰관]

■허종민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경장

태권도 선수·바리스타 거쳐 2015년 경찰 입직

“범인 잡아도 이미 피해는 발생…예방이 중요”

올해 도입된 ‘지역안전경찰(CSO)’ 업무 자원

“주민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문제점 찾아 해결”

태권도 선수 출신인 허종민 경장이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서 발차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오승현기자




흔히 ‘경찰’이라고 하면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잡는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이 경찰관의 전부는 아니다. ‘안전사회 구현’을 위해 오늘도 관내 지역을 부지런히 돌며 위험요소를 제거해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는 일 또한 경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지난해 3개월간의 시범운영을 끝내고 올해부터 전국 시·도에 도입된 ‘지역안전경찰’(CSO·Community Safety Officer)은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 경찰의 목표 아래 만들어졌다. 지금도 전국 3,000여명의 CSO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동네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의 허종민(38) 경장도 그 중 한 명이다.

허 경장은 지난 2015년 경찰에 입직하기 전까지 10년 가까운 기간을 바리스타로 살았다. 바리스타는 학창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며 태권도 유망주로 살아오던 그가 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두고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택한 길이었다. 허 경장은 “평생 했던 태권도와 전혀 상관없는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어린 나이에 경력을 쌓다 보니 제대 후 프랜차이즈 카페의 지점들도 운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허 경장은 “커피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지만 어느 순간 좀 더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바리스타로 일하며 쌓은 고객들과의 소통 경험은 대민업무가 잦은 지구대 경찰 생활에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허 경장은 “지역경찰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업무를 접하게 되는데, 카페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서 그런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위화감 없이 대화하고 잘 들어주는 편”이라며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파악할 때나 피해자·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평소 민원인들이나 여성 안심 귀갓길 도우미들이 지구대를 방문하면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허 경장의 모습에 ‘바리스타 허’라는 별명도 생겼다.

허 경장이 CSO 업무에 자원한 것도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수많은 범죄 피해자를 만나며 무엇보다 경찰의 범죄예방활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허 경장은 “보이스피싱이나 성범죄는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 터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보이스피싱은 범죄수법과 패턴이 비슷한데도 당하는 분들이 계속 생겨나서 예방법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며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CSO 활동이 그런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종민 경장이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서 커피 머신에 원두를 담고 있다./오승현기자


허 경장을 비롯한 화양지구대의 CSO들은 지난 넉 달간 관내 지역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수십 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범죄 취약지역’을 파악하고 순찰 코스를 재정비한 일은 대표적 사례다. 길에서 만나는 주민들, 관내 편의점 관계자 등에게 직접 다가가 대화를 나눈 덕분에 한 원룸 밀집지대는 잦은 범죄에도 폐쇄회로(CC)TV가 단 한 대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허 경장은 “구청에 CCTV 설치를 건의한 결과 올해 하반기 2대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주민들이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점을 경찰이 직접 지역자치단체에 전달해 빠른 해결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CSO 업무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보이스피싱 예방법에 대한 포스터를 들고 다니면서 설명을 드렸는데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경찰관들이 갑자기 말을 걸면 어색해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허 경장은 최근 숙박업소에서 성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모텔이나 여관 등에 ‘응급호출버튼’을 설치하는 방안을 숙박업소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가장 바쁜 지구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화양지구대에서 CSO 역할까지 맡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의 최종 목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허 경장은 “평범한 국민으로 살아온 내가 ‘지역안전경찰관’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받게 된 만큼 우리나라에 범죄가 없어지는 날까지 범죄예방 활동을 열심히 하려 한다”며 “많은 CSO들이 쉬는 시간을 쪼개가며 노력하고 있는 만큼 CSO 활동이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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