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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여권과 김종인의 교집합 ‘개헌 춘몽(春夢)’

보선 참패 與, 정권연장 개헌 꼼수에

野 일부마저 권력 나눠먹으려 호응

'정권심판론' 유실 속 야권 분열 초래

巨與 강행 땐 헌법정신 훼손 우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임기 말에는 늘 개헌 이슈가 떠올랐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한 방을 얻어맞은 여당 안팎에서 헌법을 고치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여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총대를 메고 개헌 전도사로 나섰다. 박 의장은 지난 21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정치가 계속 갈등과 혼란 속에 있는 요인은 헌법에 있다”면서 개헌을 역설했다. 이 수석은 “잘 듣고 (문재인 대통령께) 잘 전해 올리겠다”고 여운을 뒀다. 더불어민주당도 내달 초 새 지도부를 뽑은 뒤 개헌 군불 때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개헌론에 화답하고 있다. 그는 재보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 논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킹메이커’로 성공 이력을 쌓은 그의 꿈은 직접 국정을 주도하는 ‘킹’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2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데다 지지도가 1% 아래인 그로서는 직선 대통령에 도전하기 어렵다. 4년 전 대선 당시에도 출마를 선언했다가 1주일 만에 포기함으로써 ‘넘사벽’을 절감했다. 그래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그가 택한 우회로는 유력 대선 주자를 밀어주되 ‘당선 시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이란 약속어음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 임기가 잘리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송곳 비판을 자제해온 것도 개헌 둥지에서 공생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과 김종인의 교집합인 개헌은 ‘춘몽(春夢)’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여권 핵심부가 결심한다면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다.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범여권이 190석이므로 야권 의원 10~20명만 가세하면 개헌안 의결정족수(재적 3분의 2 이상)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정치 불판’을 바꾸는 개헌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점은 장애물이다. 특히 선두권을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개헌론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에선 타이밍이 생명이다. 대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에 제기되는 개헌론에는 약보다 독이 더 많다. 첫째,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현 정권의 업적을 평가하자는 ‘정권 심판론’이 유실되고 야권은 사분오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헌 카드는 현 정권의 집권 연장을 위한 꼼수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란 특수 상황에서 여당이 과대 의석을 갖게 된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린다.

셋째, 개헌이 실제 추진될 경우 조문 변경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2018년 3월 문 대통령이 발의했다가 무산된 개헌안에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 토지 공개념 명시, 경제 민주화 강화,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 신설 등이 들어 있었다.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 12조3항을 삭제한다면 별도의 수사 기관들을 잇따라 신설해 무분별한 영장 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 토지 공개념을 현행 헌법보다 더 강화하면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등을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삭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헌법 4조에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문구에서 ‘자유’를 슬쩍 빼 버리면 자유민주주의 정체성도 흔들릴 수 있다.

개헌론자들은 온갖 허들을 넘기 위해 내년 3월 대선 전후에 헌법을 개정하되 시행 시기를 몇 년 늦추면 된다는 식의 해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눈을 속이는 야바위꾼 수법에 불과하다. 은근슬쩍 개헌을 시도하는 것은 정권 연장이나 권력 나눠 먹기를 위한 꼼수일 뿐이다. 개헌론은 일자리·집값 등 민생 문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외려 정책 실패 이슈를 덮어 버리는 블랙홀로 작용한다. 봄날의 개헌 헛꿈으로 대선 가도를 안갯속으로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깨어 있는 민심이 브레이크를 거는 수밖에 없다.

/김광덕 논설실장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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