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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색안경을 벗어라

<146> 시각을 넓히는 방법

전 연세대 교수

좁은 관점, 객관적 시각 흐려

현상 직시하려면 색안경 벗고

‘개구리 우물’서 벗어나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개구리 한 마리가 우물 밖으로 톡 튀어 나온다. 지갑에서 색안경를 꺼내더니 척하고 얼굴에 쓴다. 색안경에는 명품 로고가 선명히 보인다.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어 다닌다. 저쪽에서 할아버지 거북이 한마리가 엉금엉금 기어 온다. “할아버지 어디에서 오는 길이세요?” “으음, 블루오션” “네? 블루오션, 거기가 어디에요?” “허허, 그 곳에는 고래가 살고 있지” “고래라니요? 그건 또 뭔가요”. 여러분이 거북이라면 이 개구리에게 고래와 블루오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설명이 도대체 가능하기나 할까. 2,500년전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가르치려는 것은 여름벌레에게 얼음을 이해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초등학생들한테 이 질문을 던지면 어떤 답이 나올까. 가장 흔하게 나오는 것 몇 개를 소개한다. “데려가서 보여준다.” 초등생은 개구리가 짠 물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걸 모를까. “유튜브를 보여준다.” 5G가 우물 속에서도 터질까.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여준다.” 애들은 누구나 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다. 심지어 “고래밥을 사 주면 되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다. 그 답들 중에서 단연 압권은 “저 푸른 하늘이 블루오션이고, 떠 다니는 구름이 고래쯤 되요.”다. 쓸만한 답변으로 꼽는 이유는 비유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연결시킴으로써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 그 연결고리가 약한 것일수록 더욱 창의적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시인을 존경한다.

이 모든 것을 시도하기 전에 거북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개구리의 색안경를 벗기는 것이다. 개구리가 색안경를 끼고 있는 이상 블루오션의 블루 칼라가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 하나는 개구리가 스스로 자신의 색안경를 벗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제로 벗기려고 시도하는 순간 개구리는 반대방향으로 튀면서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다. 색안경는 햇빛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칼라도 제대로 볼 수 없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개구리가 인식하도록 도와 줘야 한다. 우리는 혹시 이런 사람 본 적이 없는가. “나는 항상 사물과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정작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들 뿐이다.



망치를 든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전공이 같은 전문가들 10명이 모이면 한 명보다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보지 않기 때문에 ‘터널비전’이 생긴다. 각자 좁은 시각으로 같은 입장과 같은 시각을 가진 사람이 10명이 모인다고 ‘그룹 지니어스(집단 천재성)’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침 신문을 읽는 데 오자가 발견된다. 같은 신문을 또 하나 더 사서 본다고 해서 오자가 확인되겠는가. 현대 철학자 비트겐스타인이 제시한 사례다. 내 눈에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내가 손에 망치를 들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잠시 그 망치를 내려 놓고 세상을 보라. 그리고 다시 망치를 들어라.

한 사람이 컴컴한 밤에 가로등 아래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좀 도와주려고 물었다. “여보세요. 뭘 찾고 있나요?” “잃어버린 시계를 찾고 있소.” “여기서 잃어버린 것이 맞습니까?” “아뇨, 저 쪽에서요.” 불빛이 전혀 없는 곳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아니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소?” “여기는 불이 밝아서 잘 보이니까요.” 밝은 대낮에 한 사람이 등불을 들고 다닌다. 사람들이 킥킥거리고 웃는다. “당신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하시오” “사람 같은 사람을 좀 찾아 보려고요.”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그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디오니게네스다.

우리는 이 세상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까. 자신이 색안경를 쓰고 있다는 사실, 자신이 손에 망치를 들고 있다는 사실, 엉뚱한 곳에서 물건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그래서 필요하다면 대낮에도 등불을 밝혀라. 나의 관점을 넓혀라. 고객의 관점을 내 것으로 만들어라.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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