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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직원들은 왜 조선주 매수를 뜯어말릴까 [서종갑의 헤비뉴스]

“조선업 부활, 현실 모르는 소리…평년 수준 회복 노리는 게 현실”

작년 말 백신개발 소식 후 조선사 수주 본격화, 2분기까지 이어져

낮은 신조선가 지수·평년 수준 발주 물량·중국 도전에 ‘갈 길 멀다’

한국조선해양 “지금 조선산업 상황 슈퍼 사이클 초기와 가깝다 봐

확언 못하지만, 예상치 않았던 사이클 올 가능성 조심스레 예상”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고 있다./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조선업이 부활한다는 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평년 수준 회복을 노려볼 만한 정도입니다. 저라면 지금 조선주를 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의 말입니다. 연이은 수주 소식에 자기 회사 주식 매수를 권할 법도 한데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조선주는 사는 게 아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작년 한해 조선업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도 없이 코로나19가 일파만파 퍼져 나가자 세계 주요 선사들이 발주를 무기한 연기한 탓입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전례없는 수주난에 허덕였습니다. 한 업체는 연초 세워뒀던 수주 목표를 중간에 낮춰잡기도 했습니다. 수주 목표를 낮추면 분모가 작아져 작고 초라한 달성률이 높아지는 착시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였습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작년 말부터 입니다.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이맘때쯤 선사들은 그간 꽉 잠궈뒀던 발주 곳간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3사 막판 수주랠리’ ‘조선 3사 목표액 80% 달성’ 등의 헤드라인을 단 뉴스들도 쏟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반짝 이러다 말겠지’했던 수주 소식이 해운 운임의 끝 모를 상승, 선주들의 발주 경쟁에 올 1분기를 지나 2분기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도크' 전경./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


그렇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갈 길이 멀다’며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를 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낮은 수준의 신조선가 지수 △평년 규모인 발주 물량 △중국이라는 강력한 도전자 등 입니다. 신조선가 지수는 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입니다. 해운 운임 상승에 따라 선사들이 발주를 늘리며 신조선가 지수가 높아지는 추세라지만 조선업체들이 수익을 남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조선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3사가 수주 경쟁을 벌이는 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는 수준까지 신조선가가 올라갈 일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발주 물량도 평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발주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건 작년 한해 발주 물량이 전년 대비 3분의 2 토막 난 기저 효과라는 설명입니다. 조선 해운 시황 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51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입니다. 2019년은 17.1% 줄어든 2,910만 CGT였고, 작년은 3분의 2 수준인 1,924만 CGT였습니다. 클락슨 리서치는 올 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3,150만 CGT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올 한해 발주량이 작년과 재작년에 비하면 많지만 2018년과 비교하면 약 360만 CGT가 적은 셈입니다.



중국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운반선 모두에서 중국 대비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조선학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1년 간 배출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조선 인력은 1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랍니다. 수소선박, 암모니아선박 등 미래 친환경 선박의 기술개발을 주도할 박사급 연구원의 신규 양성도 원활하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조선 기술력 격차가 줄어드는 건 시간 문제인 셈입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선주는 오랜 침체를 딛고 반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철강과 해운주도 가는데 조선주라고 더 가지 말란 법이 있나’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합니다. 더군다나 지난 29일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컨퍼런스콜을 열고 ‘슈퍼 사이클 초기론’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조선산업 상황은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었던 2003~2008년 가운데 2003년 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슈퍼 사이클이 올지 확언할 순 없지만 조선소 대부분이 2.5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2003년 당시 그 직전엔 저가 수주가 있었지만 도크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시장 흐름과 함께 선가가 인상됐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어떻게 회복될지, 2023년 룰과 맞물려 예상치 않았던 사이클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슈퍼 사이클이 현실화한다면 조선주가 화려하게 부활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도 내일 날씨를 틀리는 현실인데 하물며 미래의 주가라니요.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말로 끝 맺겠습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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