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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 창업땐 10억은 받아"…거품 커진 벤처시장

['돈 넣고 돈 먹기' 스타트업]

성장 기대감에 과도한 돈 몰렸지만

부실경영으로 폐업하는 곳 부지기수


최근 한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은 투자한 스타트업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창업자는 부실 경영을 책임지고 퇴사하고 심사역은 회사 대표이사로 들어가 청산 절차를 진행했다. 이 심사역은 “초기 기업은 사람을 믿고 투자하는데 그 믿음이 무너졌다”며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크게 조명돼 많은 벤처기업이 승승장구하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이처럼 부실 경영이나 폐업·먹튀하는 스타트업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막대한 몸값을 인정받고 투자를 받았지만 기업 가치가 ‘제로’가 되거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스타트업 부실화는 벤처 업계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평가다. 실적 기반이 아닌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돈이 몰리다 보니 기대가 현실화되지 못했을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 최근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사업 본질보다 늘어나는 유동성이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VC 대표는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올라가면 스타트업 몸값도 같이 올라간다”며 “증시가 좋아지면 공모가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어서 상장 전 투자 규모도 커지고 그 이전 중기, 초기 투자 금액도 연쇄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20대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명문대 학생들 사이에서 서울대-KAIST 공대 출신이 창업하면 사업성이 별로라도 과거에는 5억 원 정도 투자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0억 원은 거뜬하게 받는다는 얘기들이 농담처럼 나오고 있다”며 “시장에 돈은 많아지고 있고 좋은 창업 기업 숫자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순간에 사라진 사례들도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정한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중 옐로모바일은 지난 2015년 투자 당시 기업 가치가 4조 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회계 법인으로부터 감사 거절을 받았다. 모바일 기반 ‘벤처 연합’이라는 모델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 단위 몸값까지 갔지만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주목 받던 화장품 유니콘 엘앤피코스메틱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액은 2,241억 원으로 2016년 매출(4,015억 원) 대비 50% 가까이 외형이 작아졌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813억 원에서 95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과거 조 단위 기업 가치로 투자한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지난해 엘앤피코스메틱 지분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9년까지만 해도 외국계 기관의 지분율은 28.7%에 달했는데 올 초 기준 13%까지 감소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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