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코스피가 사흘 연속 하락했다. 재점화된 긴축 우려가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상승장의 추세 반전이라고 보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에 거래를 끝냈다. 사상 최고치로 종료한 이달 10일(3,249.30) 이후 3일 동안 127.19포인트 빠졌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1.83% 급락 출발한 뒤 낙폭을 줄이며 잠깐 상승 반전했지만 기관의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다시 뒤로 밀려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 4,350억 원, 70억 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조 4,330억 원을 팔았다. 이날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1.87% 빠진 7만 8,500원에 마감하면서 지난해 말(12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8만 원대가 깨졌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선반영됐지만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유동성 회수 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지난 4월 CPI는 1년 전 대비 4.2% 올라 시장 전망치(3.6%)를 뛰어넘었다. 고물가 압력은 적어도 5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투자자의 시선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물가 상승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 여부에 모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운임 등의 가격이 수년 내 최고치에 이르면서 기업이 비용에 부담을 느낄 법한 상황이 됐으며 각국의 CPI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라며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세장의 추세 반전 가능성은 낮으며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보다는 저평가 경기 민감주가 보다 안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는 6월부터 물가 압력이 진정될 것으로 예측되며 고용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기에 연준이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이익 추정치도 계속 레벨업되면서 전일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까지 낮아졌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생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증시의 조정 요인이 될 테지만 장기적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없을 것이라는 단서도 많다”며 “지나친 공포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덜했던 시크리컬 종목에 대한 선별 투자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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