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몸짓으로 피어난 허난설헌의 詩

■국립발레단 '허난설헌 수월경화'

조선시대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감우', '몽유광상산' 발레로 형상화

국악 라이브·다채로운 의상도 눈길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가을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 눈물이 흘러 옷 소매를 적시네’

-허난설헌 ‘감우(感遇)’-





‘느낀 대로 노래한다’하여 ‘감우(感遇)’라 지은 그 시(詩)가 몸짓을 가사 삼아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이 22~23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선보이는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를 통해서다.

국립발레단의 이 작품은 솔리스트 강효형의 안무작으로 조선 중기의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의 시 ‘감우’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꿈 속 광상산에서 노닐다)’을 형상화했다. 지난 2017년 초연 당시 발레 동작에 한국적인 색채와 음악 등을 접목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허난설헌은 여성의 재능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조선 중기 시대, 자신의 신념을 빼어난 글솜씨로 풀어내 당대 문인들의 극찬을 받았던 천재 여류시인이다.

안무가 강효형은 감우와 몽유광상산 두 작품에 등장하는 잎, 새, 난초, 바다, 부용꽃 등 다양한 소재를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해 허난설헌의 아름답고 주옥같았던 삶과 시를 표현하고자 했다. 부제 ‘수월경화’는 ‘물에 비친 달, 거울에 비친 꽃’, 즉 눈으로 볼 수는 있으나 만질 수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허난설헌의 시의 정취가 너무 훌륭해 이루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시인(허난설헌)’ 역을 맡은 수석무용수 박슬기·신승원의 강인하지만 섬세한 춤과 시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군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여자 무용수들이 마치 병풍 앞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난’ 장면과 허난설헌의 고향인 강릉 앞바다의 파도를 보고 영감을 얻어 안무한 ‘바다’ 장면은 역동적이고 강렬한 군무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스물일곱 어린 나이에 삶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안타까운 삶을 시들어가는 꽃에 빗대어 표현한 마지막 ‘부용꽃’ 장면은 쓸쓸한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이 앞선 공연과 가장 다른 점은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국악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이 음악감독 및 연주에 참여해 생생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한진·심영섭 작곡가가 참여해 한국적 음색과 현대의 정서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작품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시 속에 나오는 소재를 형상화한 다채로운 의상도 눈길을 끈다. 약 110여 벌 이상의 의상을 제작한 디자이너 정윤민은 전통적인 관습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허난설헌이 작품 속에서나마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전통 한복 의상 디자인을 탈피하고자 했다. 실크 오간자, 옥노방, 쉬폰 등의 원단을 이용하여 무용수의 실루엣을 부각하고, 움직임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욱 아름다운 선을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시인(허난설헌)’ 역을 맡은 수석무용수 박슬기·신승원의 강인하지만 섬세한 춤과 시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군무의 움직임이 국악 현악기·타악기의 연주와 어우러져 눈과 귀를 모두 만족하게 한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