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취임 직후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검찰 인사 적체 현상을 지적하면서 ‘맏형’ 격인 고검장들을 후배 기수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해서라도 인사 폭을 넓힐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수를 거스르는 사상 초유의 인사로 고검장들이 집단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27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 인사 방향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등과 관련해 대검 검사급 검사 인사 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내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란 지방검찰청장과 대검 부장, 고검 차장검사 등 ‘검사장급’을 비롯해 고등검찰청장, 법무연수원장 등 ‘고검장급’을 말한다. 고호봉 기수 고검장들에 대한 탄력적인 인사를 하겠다는 의미는 고검장들을 다시 검사장급 보직으로 발령낼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 내부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검사장급 보직이다. 검찰 사상 초유의 인사 폭풍이 예고된 셈이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기수가 같거나 더 높은 고검장들은 용퇴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전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김오수(20기) 후보자가 총장으로 내정되면서 23기인 현 고검장들이 굳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검찰 인사 적체 현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대한 의지로 해석된다. 고검장 보직을 다 비우고 현 검사장들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킨 다음 29~30기에서 신임 검사장들을 뽑는 방식으로 대규모 연쇄 인사를 단행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탄력적인 인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고검장들에게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찰 초유의 일인 만큼 고검장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임 검찰총장 취임 전 법무부가 단독으로 파격적인 인사 방향을 결정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신임 총장을 배제한 채 이뤄진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검찰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의식한 듯 “법률상 규정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투명하고 충실하게 거칠 것”이라며 이른바 ‘총장 패싱론’을 일축했다.
전날 인사청문회를 마친 김오수 후보자는 이르면 6월 초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김 후보자가 취임하는 대로 인사 협의를 마무리하면 6월 초·중순에 인사 발령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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