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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흙도 작품으로...미술, 자연과 공생을 꿈꾸다

[환경문제 적극 대응하는 예술계]

대림미술관 '기묘한 통의 만물상'展

버려진 유리·철 등 활용한 작품 전시

피크닉선 나무·과일 등 설치작 선봬

세트 재활용·온라인 티켓 제작 등

예술단체도 친환경 프로젝트 활발

피크닉 기획전 ‘정원만들기’에 선보인 최정화의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사진제공=피크닉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과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세계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는 ‘P4G’도 그 중 하나다. ESG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환경문제를 맨 앞에 세워 수소경제 등 대체에너지를 연구하는 것도 그 절박함을 반영한다. 이 시대의 예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미 수년 전부터 ‘인류세’를 화두로 끄집어낸 예술계는 자연과 공생하는 예술, 지속가능한 예술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와 흙도 작품으로…지속가능한 미술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에서 버려진 유리와 거울을 재료로 작업한 무나씨와 헨킴의 작품 전경. /사진제공=대림미술관


투명하고 맑은 유리이건만 버려진 유리는 속썩이는 쓰레기가 된다. 자연분해가 거의 안돼 플라스틱이나 철보다 더 오래 자연을 앓게 한다. 검은 잉크로 마음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무나씨와 헨킴이 깨지거나 잘못 제작된 ‘쓰레기’ 유리와 거울을 활용해 우리 스스로와 주변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기획전 ‘기묘한 통의 만물상’에서다. 폐기물이 될 물건들을 작가 23팀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자연분해 속도가 느린 소재일수록 아래층 전시장에 배치됐다. 유리 다음은 플라스틱, 철, 헝겊 순이다. 서정하 작가는 플라스틱이 주성분인 장난감 수백개를 진열하고 그 중 낡은 자동차 장난감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늙은 이의 지혜처럼 낡은 것의 추억이 대(代)를 이어 공유되기를 바랐다.

저스트프로젝트의 ‘보더리스 스퀘어’는 빨대,과자봉지 등의 쓰레기를 재료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대체할 포장방법을 제시한다. /조상인기자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을 압축해 추상화 같은 무늬의 타일(로우리트 콜렉티브)을 만드는가 하면, 버스 손잡이 도색 공정에서 연간 50t씩 버려지는 폐 플라스틱을 활용해 의자와 가구(강영민)를 만들기도 한다. 작가 김하늘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원단으로 튼튼한 스툴(의자)을 제작했다. 저스트프로젝트는 과자봉지·빨대·신문지 등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이번 전시에는 일회용 봉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포장 시리즈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꼭대기 4층은 친환경 소재들이다. 버섯 균사체, 옥수수전분, 커피찌꺼기 등이 귀한 자원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외교부 P4G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공동으로 주최해 7월25일까지 열린다.

구기정의 ‘초과된 풍경’은 흙과 이끼 등 실제 자연물 위에 모니터를 설치해 전시되고 있다. 창밖으로는 김봉찬·신준호의 도심 원시림 프로젝트인 ‘어반 포레스트 가든’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피크닉


조경가 정영선이 꾸민 피크닉의 루프탑 정원은 건물을 에워싼 주변 풍경과 남산타워까지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과의 공명을 보여준다. /사진제공=피크닉


서울 중구 피크닉(piknic)의 전시 ‘정원만들기’는 우리가 발 밑에 두고 있어 종종 잊고 지내는 땅, 함께 숨 쉬고 있음에도 소홀했던 자연 속 식물과의 공존에 관해 의미 있는 대화를 청한다. 거대한 땅 속 같은 전시장에서 사람보다 더 큰 양파·당근·배추·아스파라거스가 발딱 솟았다 스러지기를 반복하는 최정화의 설치작품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가 첫 작품이다. 공생하는 생명체까지 포함해 생명체를 규정하는 ‘통생명체(Holobiont)’라는 생물학 개념을 함축했다. 조경가 김봉찬과 신준호가 꾸민 ‘어반 포레스트 가든’은 식물학과 생태학 연구에 기반한 도심 속 원시림 정원이다. 전시가 개막한 지난 달보다 풀과 나무가 좀 더 자랐고, 여름엔 울창해질 것이며, 막 내릴 10월 무렵엔 단풍과 열매를 보여줄 것이다. “발 아래 무성한 자연의 모습과 담장 너머 도심의 빌딩 숲을 바라보며 인간이 보다 커다란 자연 공동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는 게 작가들의 목소리다. 대표적 정원가 거트루드 지킬부터 정영선까지, 정원가꾸기를 사랑한 문인 헤르만 헤세, 에밀리 디킨슨, 차페크 형제, 박완서 등은 자연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일깨운다. ‘나는 식물을 잘 못 기른다’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며 찾아가는 ‘나의 한 평 정원’은 도심 속 작은 집에서 살아가는 1~2인 가구에게 적합한 각자의 정원을 찾아준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전시방식에서 탈피해 꾸려진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 가능한 미술관:미술과 환경’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부산현대미술관




부산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아예 제목부터 ‘지속 가능한 미술관:미술과 환경’인 전시를 마련했다. 폐기물을 재활용한 작품은 물론, 탄소배출이 많은 항공 이용을 자제하는 대신 디지털로 작품을 공유하고, 플라스틱의 대체제를 모색하며, 시트지 대신 손글씨로 벽면 설명문을 대신했다.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환경문제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해 그간 미술계가 꾸준히 환경문제를 다뤄왔지만 내부로 눈을 돌려 운영방식을 반성적으로 본 것은 또다른 접근법”이라며 “코로나19 이후로 환경·생태·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인간·공동체 등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했기에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 사회적 영향력과 실천을 중시하는 MZ세대 등 젊은 세대의 큰 관심 등 다각도로 의미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국립극단이 종이 책자가 아닌 온라인북으로 제작한 연극 ‘햄릿’의 프로그램/사진=국립극단


문화예술단체, 환경실천에 나섰다


문화예술단체들도 적극적인 기후 행동에 나섰다. 국립극단은 지난 1월 김광보 예술감독이 임기(2021~2023) 내 중점 사업 방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기후 행동’을 경영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기후 위기 극복을 경영 목표에 포함한 것은 국내 공공 예술 단체 중에서는 최초다. 연극 제작·공연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아주 짧게 사용된 뒤 버려지고 있고, 이런 운영 방식이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인식에서였다. 25일 유네스코 유니트윈 국제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현장 사례 내용에 따르면 국립극단은 ▲무대 세트 공유 및 재활용 ▲ 조명 장치의 LED 전환 ▲작품별 포스터 제작 중단 ▲책자 형태의 프로그램북 온라인 전환 확대 ▲온라인 티켓 제작▲업사이클링 기념품 제작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극장 윤리헌장에 ‘생명존중 및 환경보호’ 조항을 신설하는 한편 향후 3년간 펼칠 작품 개발 사업의 주제로 ‘기후와 환경’을 선정했다.

마포문화재단도 최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손잡고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공모전 당선작 중 일부를 실제 유통가능한 상품으로 소량 생산해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한편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모전 수상작으로 아트 마켓을 운영해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실천 움직임은 이미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이 기후 위기 선언과 함께 다양한 탄소 저감활동을 펼치고 있고, ‘백조의 호수’로 유명한 매튜본의 무용단 뉴어드벤처도 공연 과정에서의 탄소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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