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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기 끝났다' 자신감…"원자재 등 물가압력 커 긴축 논의해야"

■ 연준 '테이퍼링' 한발 앞으로…연내 회사채·ETF 매각

매각규모 137억弗 연준 보유 채권의 0.18% 그치지만

테이퍼링 사전 작업 분석…베이지북도 "인플레 가중"

연은 총재 "경기회복 상황…자산매입 축소 생각해볼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미국을 강타하던 지난해 3월 18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현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이 회사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기고를 했다.

당시 연준이 5년 만에 제로 금리로 복귀한 날에도 증시 선물이 가격 제한폭인 -5%까지 떨어지면서 약발이 들지 않던 때였다. 두 사람의 공개 제안은 논란이 적지 않았다. 연준이 민간 기업 채권까지 사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계속 흔들리자 연준은 1주일도 안 돼 회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크본드(부실 우려 채권)도 사겠다고 했다. 연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를 매입했던 만큼 상징성도 컸다. 물론 경제활동 재개에 지난해 말부터 추가 매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2일 나온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연내 매각 방침은 연준이 시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사실상 끝났으며 통화 당국도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연준의 회사채 매입을 찬성했던 옐런 장관 역시 이런 연준의 달라진 판단에 동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 가게 앞에 구인 광고가 붙어 있다. /AFP연합뉴스


그런 만큼 이번 조치는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이번에 매각하는 연준 보유 회사채(52억 1,000만 달러)와 ETF(85억 6,000만 달러)가 총 137억 7,000만 달러로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잔액(7조 3,000억 달러)의 0.18%에 그친다는 이유로 그 함의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국채와 MBS 매입 규모를 줄이기 전에 회사채부터 털어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연준은 이번 조치가 통화정책과 관련이 없다고 했고 이날 회사채 시장도 큰 반응이 없었다”면서도 “지난해 매입한 회사채를 매각한다는 것은 큰 틀에서 테이퍼링을 향해 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온 연준의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조만간 긴축 논의를 시작해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지북은 “경제가 4월 초에서 5월 말까지 완만한 속도로 성장했다”며 “백신 접종률 상승과 코로나19 규제책의 완화가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경우 4월에 전년 대비 3.1% 상승해 연준의 목표치인 평균 2%를 크게 웃돌았다. 베이지북은 “강력한 수요는 제조와 건설·운송 업체들이 증가한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 있게 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비용 증가에 더 높은 가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뉴욕과 클리블랜드의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문제로 인한 비용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연준은 전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연준의 조사 결과 현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연준은 “계속된 구인난에 임금이 들썩이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고 봤다. 베이지북은 “전반적인 임금 상승은 보통 수준이었지만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를 뽑기 위해 사이닝 보너스를 제공하고 초봉을 인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공급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레스토랑들이 100명이 넘는 직원을 뽑기 위해 합동 취업 설명회를 열었는데 10여 명만이 몰리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연준 내에서도 테이퍼링 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패트릭 하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많은 재정 지원과 함께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연준은 오랫동안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계획이지만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MBS 매입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됐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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