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봄비가 하루 걸러 한 번 꼴로 내리면서 과수화상병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과수 흑사병’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은 비가 오면 확산세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지난해처럼 하반기부터 사과 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충남 예산과 경북 안동 사과 과원에서 처음으로 과수 화상병 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올해 과수화상병은 충북 충주·음성·제천, 충남 천안 등 기존에 발생이 많았던 지역뿐 아니라 경기 남양주 등 새로운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일까지 4개 도 13개 시군, 231개 농가 108㏊에서 발생해 예년보다 20일~1주일 정도 빠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평년 대비 더웠던 봄 날씨와 잦은 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무 궤양에 숨어 있던 과수화상병 병원균은 기온이 오르면 일찍 활동을 시작하고 비가 오면 주변 가지로 더 빠르게 퍼져 나간다. 과수화상병에 감염되면 사과·배 등의 잎·꽃·가지·줄기·과일이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고 마르지만 치료약제가 없어 피해가 크다.
특히 이번에 확진 사례가 나온 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1만 8,705㏊(2020년 기준)로 전체 재배면적의 59.2%를 차지한다. 농진청은 전날 해당 과원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직후 출입 제한, 생석회 살포 등 긴급 조치를 시행했고 주변 2㎞ 내 농가를 예찰하고 있다. 또 안동 주변의 청송, 영주, 봉화, 의성 등 사과 주산지에 대한 예찰을 진행하고 앞으로 안동·예산 전체 지역으로 예찰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농업인의 과원 방문 제한, 기주식물 이동금지, 과원과 작업 도구 소독, 과원 관리내역 기록 등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발령한다.
이에 이미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과 가격이 하반기에 또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사과 10개(후지 상품) 평균 소매가격은 3만 2,565원으로 1년 전(2만 2,559원)보다 44.4%, 평년(1만 9,877원)보다 63.8% 비싸다. 허태웅 농진청장은 “지난해보다 과수화상병 발생이 줄어들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 방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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