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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구지은 대표의 권토중래…6년 만에 아워홈 복귀

2015년 부사장 승진 후 보직해임

계열사 캘리스코에서 절치부심

3차례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과 갈등 끝에

자매들 지지 등에 업고 아워홈 복귀 성공





범LG가(家) 식품업체 아워홈에서 벌어진 6년 간의 ‘남매전쟁’이 일단락됐다. 4일 열린 아워홈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대표이사 부회장이 해임되면서다. 구 부회장의 동생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6년 만에 아워홈 대표이사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남매간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갈등의 서막 뒤바뀐 승계구도=2015년 2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 중 막내인 구지은 당시 아워홈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아워홈의 승계작업이 속도를 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후반부터 아워홈의 사업구조는 구 부사장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구 부사장 외에는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가도 없었다. 실제로 그가 입사한 해인 2004년 아워홈의 매출은 5,0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매출은 1조3,000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5개월 만인 2015년 7월. 구 부사장은 보직 해임됐다. 당시 “CJ그룹 출신 인사를 영입,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경영진 물갈이를 시도하다 내부와 갈등을 빚었다”는게 이유였다. 당시 구 부사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것. 또다시 12년 퇴보. 경쟁사와의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 11년 만에 안식년, 감사하다”는 글을 남겨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 9개월 뒤인 2016년 4월.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 기타비상무이사에 임명됐고 2개월 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부사장의 보직해임에 이어 아워홈의 최대주주(38.56%)의 등장에 아워홈의 승계 구도는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6년의 와신상담=구지은 전 부사장은 대신 2016년 아워홈의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캘리스코에서 사보텐, 타코벨 등 잘 알려진 외식 브랜드의 신규 매장을 확대하고 부실매장 정리, 공격적 마케팅 등 대대적 혁신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구 대표가 부임한지 2년 차인 2017년 매출은 639억 원, 영업익은 13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7%, 4.1% 성장했다. 오빠는 아워홈에서, 동생은 캘리스코에서 각자의 영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아워홈으로의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본인이 아워홈 2대 주주(20.67%)이기도 하지만 계열사에서 성적을 인정 받으려 했다. 이에 구 대표는 2017년 3월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주총을 요청하는 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열었다. 임시주총을 통해 본인이 이사로 복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구 대표의 언니인 구미현씨(19.3%)는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 편에서 사실상 실패했다.



갈등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오빠의 공격이었다. 아워홈은 2019년 3월 캘리스코에 거래종료 공문을 보내면서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당시 아워홈의 영업익의 30%가 캘리스코 납품에서 나왔는데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구지은 대표 역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을 신청 “이사 선임 등 문제 제기에 악의적으로 거래를 종료하는 것”이라며 “아워홈에 이득이 되는 거래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위법행위를 통해 회사(아워홈)에 큰 손해를 끼치려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후 법원은 가처분을 받아들여 2020년 4월까지는 납품을 하도록 했다. 이에 구본성 전 부회장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반격과 성공=구지은 대표도 반격에 나섰다. 오빠의 납품 중단 통보에 외부에서 편을 만들었다. 아워홈과 결별하는 대신 신세계푸드로부터 납품을 받기로 했다. 남매는 이제 완전히 갈라서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또 한번 급변한 것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재판을 받으면서다. 구 전 부회장은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차량으로 밀어붙인 혐의로 3일 재판을 받았고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때를 기다리던 구지은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일 오전 아워홈은 서울 모처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이어 열고 구 전 부회장에 대한 대표이사 해임안과 구지은 대표 선임안을 속전속결로 승인했다. 우선 주총에서 구 대표가 제안한 신규이사 선임안과 보수총액 한도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사 수는 기존 11명에서 구 대표 측 인사 21명이 더해지면서 총 32명이 됐고 이사회의 과반을 반(反)‘구본성 연대’가 차지하게 됐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구 전 부회장 대표이사 해임안 및 구 대표 선임안이 통과됐다. 구 전 부회장의 법원 재판 뿐 아니라 최근 내리막인 아워홈의 실적 역시 배경이다. 구미현(19.3%)·명진(19.6%)·지은(20.7%) 세 자매가 연대해 지분율이 59.6%로 구 전 부회장(38.6%)을 압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하지만 구 부회장이 이사직은 유지하고, 자매들 중 한명만 변심하면 또다시 경영권 향배가 바뀔 수 있는 구조여서 아워홈 지배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한편 구지은 신임 아워홈 대표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과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딸 이숙희 여사의 막내 딸이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보스턴대학 Human Resource 과정 석사를 수료한 이후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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