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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산복도로' 사이사이 '하꼬방'...부산의 속살을 보다

[부산 원도심 영도]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흰여울마을

영화 '변호인' 촬영 이후 전국에 알려져

청학배수지전망대 야경 감상 최고 명당

송도해상케이블카 타면 영도가 한눈에

신기산업 카페는 부산의 원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야경 명소다.




한국전쟁 피란길의 종착지 부산. 전국에서 몰려드는 피난민들에 떠밀려 섬마을 산 중턱까지 판자촌이 들어섰고 산길은 차와 사람이 오가는 도로가 됐다. 부산에서 판잣집을 뜻하는 ‘하꼬방’과 산동네를 연결하는 ‘산복도로’는 이렇게 탄생했다. 100층짜리 초고층 주택이 들어서는 대도시로 발전한 지금도 부산 도심 곳곳에는 산복도로 사이사이 하꼬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원도심 영도에는 그렇게 부산의 어제와 오늘이 공존한다.

흰여울마을에서 절영해안산책로로 연결되는 계단에 서면 부산항에 입도하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들을 배경으로 영도 앞바다를 촬영할 수 있다.


영도는 부산에서도 남쪽에 자리한 섬이다. 육지와 연결되는 네 개의 연륙교 가운데 남항대교를 건너 영도로 들어가면 남쪽 바닷가를 굽어보며 지나는 절영로가 이어진다.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중 하나인 이 도로를 따라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흰여울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에서 흔하디흔한 판자촌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것은 바다를 앞마당 삼아 벼랑에 매달린 듯 작은 집들로 빽빽이 채워진 마을의 풍경 때문이다.

흰여울마을에서 산복도로로 연결되는 계단을 한 주민이 오르고 있다. 부산의 대표 판자촌인 흰여울마을은 산동네가 아니라 산 아래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판자촌을 상징하는 오르막이 아니라 내리막이다. 이웃집과 경계 없이 다닥다닥 붙은 ‘하꼬방’ 사이로 총 14개의 골목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꼬방'은 상자를 뜻하는 일본어 하꼬(はこ)에 방을 붙인 말이다. 차는 물론 오토바이·자전거도 내려갈 수 없을 만큼 좁고 가파른 내리막은 오로지 걸어서만 갈 수 있다. 어느 골목을 이용하더라도 끝은 바다를 향한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인근 봉래산(396m)에서 내려온 빗물이 바다로 빠지는 물길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흰여울이라는 이름도 마을을 지나 흐르는 물줄기가 흰 포말을 이루며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에서 따왔다.

흰색과 파란색으로 대비되는 흰여울길의 풍경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꼭 닮아 있다.


골목 끝까지 내려가면 마을을 관통하는 흰여울길이다. 절벽을 따라 낮은 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고 담장 뒤로는 부산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마을 앞바다는 배들의 주차장인 묘박지다.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부터 원양어선, 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아오는 선박, 일거리가 없어 대기 중인 배까지 수십 척이 닻을 내리고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하지만 서울이었다면 최고의 입지 조건이었을 바다 전망도 흰여울마을 주민들에게는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불과하다.

흰여울마을은 바로 앞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최고의 조망권을 자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의 대표적인 판자촌이 들어서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남항대교를 건너면 송도해수욕장이다.


흰여울마을을 여행지로 세상에 알린 일등 공신은 부림 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다. 영화 속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가 피의자인 돼지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를 변호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 바로 흰여울마을의 한 하꼬방이다. 영화 개봉 후 각종 방송 프로그램뿐 아니라 사진작가와 영화감독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마을 전체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사이 하꼬방들은 전망 좋은 카페로 바뀌고 골목골목 작은 점포들은 책방과 기념품점으로 변했지만 지금도 주민 상당수가 마을의 상징인 하꼬방을 지키고 있다.

절영해안산책로는 영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총길이 3.58㎞의 도보 코스로 흰여울마을과 계단으로 연결된다.




영도는 지난 1890년대 제주 해녀가 뭍으로 나와 처음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영도 주민의 상당수가 제주도 출신인 것도 이 때문이다. 흰여울마을 앞바다는 아직도 해녀가 물질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다. 한때 수십 명에 달했던 흰여울마을 해녀들은 현재 네 명에 불과하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러 나가던 곳에는 해안 산책로가 깔렸고 관광객들이 북적이면서 해녀 탈의실도 생겨났다.

마을에서 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절영해안산책로로 연결된다. 절영해안산책로는 영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총길이 3.58㎞의 도보 코스다. 코스 중간중간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전망대, 출렁다리, 해안 터널까지 비경이 펼쳐진다. 밤에는 바로 앞 남항대교와 건너편 송도 등 부산 원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영도 청학배수지전망대는 부산 원도심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사진은 왼쪽부터 부산항대교와 동명부두, 남구 감만동 일대 야경이다.


산복도로를 따라 영도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면 다음은 섬 전체를 조망할 차례다. 흰여울마을이 부산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줬다면 청학배수지전망대는 영도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부산 도심을 시원하게 조망하기 위해 찾던 곳이 동래읍성, 황령산 봉수대였다면 청학배수지전망대는 새롭게 뜨는 여행지다.

흰여울마을에서 산복도로를 타고 봉래산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가파른 고갯길 끝자락에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라기보다는 마을 뒷산 공터에 가깝지만 야경 만큼은 부산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명당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부산역부터 부산항대교와 감만동 일대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 ‘블랙팬서’ 촬영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남항대교를 건너가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면 최고 86m 높이에서 송도해수욕장과 송도해안둘레길·남항대교·영도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느긋하게 야경을 즐기려면 전망대 주변의 카페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루프톱에 오르거나 통유리를 통해 반짝이는 부산의 야경을 한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명소가 신기산업이다. 이곳은 1987년 방울 공장으로 시작한 선물용품 제조 업체인데 사원 복지를 위해 공장 자리에 만든 카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사무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서쪽 송도해상케이블카 탑승장 전망대에서는 부산항에 들어오기 위해 선박들이 대기 중이다. 송도와 영도 사이 바다는 배들의 주차장인 묘박지로 하루 평균 70~80척의 선박이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도의 진면목은 섬 밖으로 나가야 알 수 있다. 영도에서 남항대교를 건너면 송도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서구 암남동이다. 송도해상케이블카(부산에어크루즈)를 타면 최고 86m 높이에서 송도해수욕장과 송도해안둘레길·남항대교·영도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는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 거리를 바다 위를 가로질러 운행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하면 송도용궁구름다리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개통한 송도용궁구름다리는 반대편 송림공원에서 거북섬까지 150m 구간을 연결했던 송도구름다리를 옮겨 복원한 것이다. 송도구름다리는 2002년 태풍으로 철거됐다.

/글·사진(부산)=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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