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고채 금리 1%P 오를 땐 이자만 2조...더 찍어내면 상환 압박 커져

■퍼주기에 국채 이자도 '펑크' 위기

1년새 100조↑ 발행잔액 700조

슈퍼 추경따라 적자국채 늘리면

수급 불균형에 이자 못갚을수도

예비비 활용 땐 대외 신인도 하락

시민들이 재난지원금 접수 창구에 줄을 서 있다. /서울경제DB




“정부가 국고채 이자 상환 비용이 없어 예비비를 쓰는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됩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월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을 감액하지 말아달라”며 이같이 ‘읍소’했다. 지난해 국회 예산안 제출 이후 국채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리자 이자 상환에 대한 위기감을 공개 석상에서 드러낸 것이다.

실제 정부가 2021년도 예산안을 공개한 지난해 9월 1.5%대였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올 3월 2%를 넘기며 치솟았고 최근에는 2018년 11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2.2%선까지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해 3월 초 금리가 1.2%대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금리가 오른 셈이다.

시중금리에 연동해 움직이는 발행 금리도 상승세다. 올 5월 17일 기재부가 실시한 1조 8,000억 원 규모 10년물 국고채 입찰에서 낙찰 금리는 2.125%까지 올랐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국고채 평균 금리 2.4%의 턱밑까지 근접한 수치다. 월간 기준 국고채 금리가 2.4%선을 상회하면 당장 국고채 이자 ‘펑크’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불어나는 이자 비용도 만만찮다. 올해 정부가 찍어내기로 한 국고채 물량이 186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이자 비용은 약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금리가 오를수록 재정 압박도 심해지는 셈이다.

만약 정부 편성 예산으로 이자 지급금을 갚지 못할 경우 정부는 예비비를 일단 꺼내 쓰거나 국회에 이자 상환을 위한 추가 예산을 요청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을 고려했을 때 이자 미지급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하지만 작은 소식에도 예민하게 움직이는 채권시장의 특성상 이자 예산 부족 사태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국고채 금리와 이와 연동된 각종 지표물 금리가 함께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시중금리 인상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문제를 잘 알면서도 시장을 자극하는 ‘슈퍼 퍼주기’ 추경을 또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2차 추경에서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고 이에 따라 국고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국채 금리는 상승(국채 값 하락)하게 된다. 가뜩이나 국고채 인상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름을 끼얹는 셈이다.

당장 채권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5월 소비자물가가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한 이달 2일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단숨에 2.2%선을 돌파한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재부는 “최근 물가 급등은 지난해 기저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연내 인상 가능성도 최근 국고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며 “금리 인상이 지연됐을 때 부작용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가운데 정부까지 나서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경우 시장의 수급 균형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 관계자는 “한국물 채권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신흥국 중에서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 덕분”이라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징후가 지속적으로 나오면 투자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도 한국에 대해 “재정건전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낸 바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국고채 금리가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과 같은 이벤트는 어느 정도 시장에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며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4%선을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고채 발행 잔액이 지난해 1년 만에 100조 원 늘어 70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자 예산 ‘펑크’ 문제는 당분간 재정 당국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주요국 복지부담률·국가채무비율·국민부담률 분석’ 보고서에서 복지 지출이 늘어날수록 세수 증가분 대신 국채 의존도가 높아져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