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오는 11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선하에 한일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최근 우리 법원의 판결이 잇달아 바뀌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가 풀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10~12명의 각국 정상끼리 만나는 영국 콘월의 작은 공간에서 무슨 일이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문 대통령은 11일 콘윌에서 열리는 G7 회의에 초청받으며 한미일 3국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일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주도로 한미일정상회의 개최가 조율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나게 되면 1년 3개월 만에 한일 양자 회담을 열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 한미일외교장관회의를 마치고 곧이어 20분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대면했었다. 정 장관은 2월 취임 이후 모테기 외무상과 전화 통화도 하지 못할 정도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이었다. 외교가에서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당시 한일양자회담을 주선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관계의 개선을 독려하는 입장이다.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날 경우 경색된 한일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이 위안부와 강제 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잇달아 각하 판결을 하며 일본이 배상의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과 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가져와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 따라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