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중국 생산자물가가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중국 생산자물가 급등 배경 및 파급 영향’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9.0% 오르면서 2008년 9월(9.1%)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소비자물가(CPI)는 4월 0.9%, 5월 1.3% 등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철광석 가격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와 브라질 광산의 생산 차질, 중국과 호주 간 갈등 우려 등으로 2분기 이후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수요 확대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 축소 규모를 유지하면서 201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웃돌았다.
한은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자물가의 세부 품목 가운데 생산재 가격 상승률은 12%에 이르지만 생활재 상승률은 0.5%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물가안정목표(3%) 등으로 생활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조선 등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 기업이 이익 확보를 위해 원가 상승분을 공산품 수출 가격에 전가하는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원자재 수입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한 것도 수출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산 상품의 비중이 큰 미국은 자국 CPI와 중국 PPI와의 상관계수가 0.61로 높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탄소 중립 등 친환경 정책이 철강 등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킬 우려도 상존한다”며 “생산자물가 상승이 수출물가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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