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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책임 불분명 '잠재적 범죄자' 내몰려…경영계 "이제 기댈 건 로펌뿐"

[중대재해법 시행령 끝내 경영계 패싱]

6개 부처 엇박자, 노동계 입김으로 '母法은 누더기'

기업인 처벌 부담에 안전투자까지…비용 '이중고'

잇따른 산재 사고…재계 "더 강화될라" 전전긍긍

김기문(오른쪽 두 번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1월 경제 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의 중대재해법 처리 합의에 대해 경영계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중기중앙회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에 경영 책임자의 범위, 원·하청 간 책임 소재 등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경영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산업 현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려 중대재해법을 졸속 입법한 데 이어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고용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면서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다 최근 산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노동계까지 가세해 시행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관계 부처를 흔들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대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현장 혼선과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처벌받는 경영진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원·하청 관계까지 모호한 탓에 기업들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니냐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대재해법은 처벌뿐 아니라 예방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만들어져 안전 체계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이중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기댈 것은 로펌”…불안감 커지는 경영계=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시행령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경영 책임자의 명확한 정의 등을 담아달라는 등 보완 입법을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경영 책임이 형사처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이 처벌법이기 때문에 법에 위임된 범위를 넘어서는 규율을 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임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해온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영계의 논리는 단순 명료하다. 한 기업의 사업장이 여러 개면 개별 사업장의 경영 책임자도 똑같이 나누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책임 소재가 더욱 명확해지고 안전 규정을 마련하기 쉽다. 불가항력적인 재해로 대표가 처벌될 경우 발생하는 경영 차질만은 막아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시행령에 이 같은 요구안이 담기지 않으면서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이에 따른 갈등과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중대재해법의 또 다른 한 축은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다. 최근 중대재해법 감독의 예고 성격인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양상을 보면 안전 예산, 인력 확보 등 안전 투자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법무법인이 중대 재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중대재해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중소기업처럼 영세한 기업이 안전 체계를 완비해 중대재해법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졸속 입법에 관계 부처만 6곳…시행령은 물론 모법(母法)까지 휘청거렸다=중대재해법은 제정 당시부터 졸속 입법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부터 법 제정까지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아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입법 과정에서 공무원,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되면서 노동계는 누더기 법이 됐다며 날 선 공격까지 했다. 시행령의 뼈대인 모법(母法)이 경영계에 불리하게 만들어진 만큼 시행령도 근본적인 한계가 분명했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 시행령 작업 과정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법무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면서 마지막까지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산재가 터질 때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강화가 해결책이라고 시행령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계속 제시했다. 또 다른 경제 단체 관계자는 “중대 시민 재해 범위가 너무 넓어 여러 부처가 시행령 작업에 참여했고 신설 법이다 보니 형사처벌을 두고 각 부처 의견이 엇갈렸다”며 “광주 철거 참사까지 터지면서 시행령 작업 막판까지 시민 재해를 두고 부처 간 조율 작업이 길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중대 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비상 조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잇따른 중대 재해…중대재해법 강화 드라이브 걸리나=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지금보다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 광주 철거 참사, 쿠팡 물류센터 사고 등 최근 중대 산재가 늘면서 중대재해법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이르면 다음 주 입법 예고된다. 다음 달 1일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되지만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국회에서는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해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건설 현장, 공무원을 포함하는 등 중대재해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5인 미만까지 중대재해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과 관련해 “(노사 양쪽이 시행령에) 구체적인 것을 요구할 수 있지만 모두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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