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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희 "'내 길 아닌가' 좌절도···늦은 만큼 프로페셔널한 골프 할래요"

2부서 지독한 징크스 딛고 올 시즌 KLPGA 정규 투어 활약 중

다 접고 미국 가서 공부할 생각도···'1년만 해보고 끝' 편안한 도전에 상금 4위로 직행

이세희. /사진 제공=KLPGA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풀 시드(전 대회 출전권)를 따고 활동 중인 '소띠 골퍼' 이세희(24)는 기량에 비해 정규 투어 데뷔가 늦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불운이 끼어든 탓이다. 번번이 일이 꼬이는 상황에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싶어 '딱 1년만 해보고 접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상하게 소띠 해를 앞둔 마지막 도전이 술술 풀렸다. 이세희는 2020년 드림(2부) 투어 상금 순위 4위에 올라 당당히 2021시즌 정규 투어에서 뛰고 있다.

이세희는 "작년에는 '올해 안 되면 그만두고 미국에 가서 공부해야지. 내 인생에 골프는 마지막이다'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캘리포니아 쪽 대학에 편입해서 스포츠 심리를 공부하겠다는 나름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다"며 "그렇게 애태우며 바랄 때는 안 되더니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자 오히려 소극적인 플레이가 없어지더라.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치다 보니 원하던 결과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세희는 지난 시즌 준우승 네 차례 등으로 활약하며 드림 투어 상금 20위 선수까지 주는 정규 투어 직행 티켓을 여유롭게 따냈다. 2019년 10월의 '그 일'만 아니었으면 진작 티켓을 따내고 지금 정규 2년 차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2019년 상금 20위 언저리에 있던 이세희는 10월 시즌 최종전(왕중왕전)을 2위로 마쳐 정규 직행권을 손에 넣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뒤 한 홀의 스코어를 실수로 잘못 적는 바람에 실격 처리되고 말았다. 두 번, 세 번 확인했지만 동반자들도 헷갈릴 만큼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세희는 "제가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다들 착각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정규 직행을 확신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그는 "군산까지 응원 오신 분들과 간단히 식사할 때까지는 겨우 참았는데 서울로 출발하려 차 문을 닫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계속 울었다. 그날부터 나흘을 내내 울기만 했다"면서 웃음 지었다.



2018년 드림 투어 왕중왕전에서도 이세희는 준우승했다. 하지만 시즌 성적에 포함되지 않는 대회여서 상금 순위는 30위에 머물렀고 정규 직행에도 실패했다. 이세희는 "뭔가 계속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어서 포기밖에 없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주변 응원에 마음을 다잡고 왕중왕전 1주일 뒤에 바로 훈련을 떠났는데,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속상한 마음도 어느새 사라지더라"고 돌아봤다. "몸을 힘들게 하니까 심적으로 아팠던 게 빨리 잊히더라고요." 이세희는 트라우마로 남을 뻔했던 왕중왕전에서 지난해 또 2위에 올랐다.

이세희는 태권도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1985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이선장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이고, 선수 출신으로 국제 심판까지 지낸 공인 7단의 어머니 박영숙 씨는 여성 최초의 육군사관학교 태권도 교관을 지냈다. 5남매 중 4명이 '검은 띠'를 땄는데 유일하게 둘째인 이세희만 유단자가 아니다.

이세희는 "어릴 때 엄마가 대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셔서 학교 끝나면 늘 도장에서 놀기는 했다. 하지만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며 "골프 백 하나 들고 나가서 멋있게 공을 치는 골프가 왠지 자유로워 보였고,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플로리다대에서 교환 교수를 지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골프를 처음 접한 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선수의 꿈을 키웠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이세희는 데뷔 시즌부터 인기 몰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그러나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이고 싶다. 겸손하고 정직하고 긍정적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로 기억되도록 하겠다"며 "김세영·이정은·고진영 언니처럼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갖추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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