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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임준택 회장 "해상풍력, 상생한다더니 밀어붙여…어민들 터전 잃을 판"

■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대담=김현수 경제부장 hskim@sedaily.com

환경평가 간소화 등 특별법 발의…주민들 패싱하고 '협의 틀' 무력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땐 수산물 소비 직격탄, 정부 고강도 대응 필요

공적자금 일시 상환하게 세제 개선을…배당금, 어민 지원에 쓰게 해야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 사진제공=수협




“바다 밑 어디가 산란장이고 어장인지 제일 잘 알고 있는 어민을 제외하고 해상풍력을 세운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어민은 손쓸 방법도 없이 그냥 폐업하라는 거죠. 무조건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민도 참여할 수 있는 해상풍력이 돼야 합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 5월 여당 의원 47명이 공동 발의한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별법은 풍력발전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며 환경성 평가를 간소화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법안’과는 상반된다.

법안 발의 직후 수산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무엇보다 해상풍력 설치로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어업인의 민관 협의체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정부가 상생하는 해상풍력을 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규제를 걸림돌로 보고 한 번에 쳐내 해상풍력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발전사업자와 어민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공평하게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커녕 협의 틀 자체를 무력화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어민을 배제한 해상풍력발전 건설로 흔들리고 있는 수산 업계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코로나19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 어획량 감소 고착화 등 각종 난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5~6일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까지 발생했다. 임 회장은 당초 예정된 인터뷰 일정까지 미루며 수해가 발생한 진도·장흥·강진·해남 등 전남 지역으로 달려갔다.

/대담=김현수 경제부장 hskim@sedaily.com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설치하기로 한 해상풍력은 12GW 수준이다. 정부 목표치인 12GW를 모두 설치할 경우 터빈 간 이격 거리나 통항 금지 구역까지 계산했을 때 연근해 해역 2,800㎢가 사라진다. 여의도 면적의 1,000배다. 5월 기준으로 가동 중인 해상풍력은 6개소이지만 새롭게 추진되는 곳만 89개소다. 문제는 해상풍력 설치 예정지가 대부분 어업 활동이 활발한 해역이라는 점이다. 해상풍력은 풍속이 초당 6m를 넘고 수심이 50m 미만인 곳에 설치해야 사업성이 확보된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수심이 얕은 어장과 겹칠 수밖에 없다. 수심이 깊어 설치나 관리가 어려운 동해보다 어족 자원이 풍부한 서남해에 해상풍력 계획이 집중된 이유다.

최근 욕지도 인근에 어선 500척이 모여 해상풍력 반대 시위를 벌인 것도 멸치 황금어장에 해상풍력을 설치하려 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해상풍력을 설치하기 쉬운 곳이 연안인데 이런 곳은 대부분 산란장이고 어족 자원이 모여 있다”며 “만약 멸치 어장이 파괴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멸치를 주로 먹는 고등어나 갈치 등 개체가 큰 어군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전체 수산업의 피해가 크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여당은 수산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객관적인 환경성 검증조차 건너뛰고 해상풍력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형 해상풍력 구조물 수십 개가 한군데 몰려 있게 되면 어선 통항이나 조업 중에 사고가 날 위험도 커지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나 대책도 없다. 임 회장은 “특별법은 해상풍력 추진에만 초점이 맞춰진 악법으로 어업인 수용성이나 해양 환경, 수산자원에 미치는 검증도 없이 사업 속도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만약 특별법이 통과되면 민관 협의회 구성 방법이 시행령에 위임돼 사업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가 될 수 있고, 실질적 이해 당사자인 어업인은 어떤 지위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이 자리를 잃게 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임 회장은 “어민들이 싸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해상풍력 때문에 터전을 잃을 위기에 있다”며 “만약 수산물을 수입해서 먹는다고 하면 지금 1,000원 하던 것이 4,000~5,000원까지 비싸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바다가 특정인의 것은 아니므로 어민들과 충분히 협의하면 어업을 하면서도 해상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바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특별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수산 업계의 의견에 국회의원들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귀띔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더 큰 골칫거리다. 4월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125만 톤을 2023년부터 30년 동안 바다에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일본이 방류를 강행할 경우 동해안에 소량의 오염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임 회장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방류한 오염수가 국내 바다까지 오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하지만 조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오염수가 배출되면서 해양이 오염되면 일본 연안은 물론이고 한국 해역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우려했다.



일본이 기초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측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해양 방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수산물 소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은 분명하다. 국내 수산 업계를 대표하는 수협중앙회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도 수산물 소비율이 크게 감소했는데 일본이 해양 방출을 강행하면 수산물 소비가 줄어 수산 업계는 궤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옆 나라에서 오염수를 버리고 있는데 수산물 소비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는 국제사회의 충분한 과학적 검증을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 내 수산 단체와도 공동 대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함께 대선 주자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문제를 공약 사항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회장은 “한국이 회장을 맡고 있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의 회원국과도 모두 연계해 강력하게 일본에 대응할 예정”이라며 “수협이 직접 일본 정부와 대화할 수 없는 만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나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어업 생산량이다.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3만 2,000톤으로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100만 톤을 넘기지 못했다. 임 회장은 “어획량 감소가 고착화한 것은 고급 양식 수산물 소비가 정체돼 있고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바다 환경 파괴와 함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어자원 감소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 사진제공=수협


연근해 어업 생산 기반이 악화된 가운데 수입 수산물 소비마저 급증하고 있어 수산업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임 회장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어업인끼리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어 어자원 고갈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바다가 가지고 있는 자원 복원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휴어제를 확대하고 어선 수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협중앙회는 수산 업계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공적 자금을 조기에 일시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회는 2017년부터 공적 자금을 갚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1조 1,581억 원 가운데 3,398억 원을 상환했다. 문제는 남은 8,183억 원을 모두 상환할 때까지 수협은행에서 받은 배당금을 공적 자금 상환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수익원인 수협은행 배당금을 어업인 지원에 쓸 수 없는 상태다. 임 회장은 “처음에 수협과 농협에 은행 사업을 허가한 이유가 수익을 어민이나 농민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건데 지금은 전혀 자금 활용을 못하고 있다”며 “중앙회가 안정적인 수익원 없이 조합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다 보면 언젠가는 부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매년 공적 자금을 상환하는 것은 세법상 법인세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를 한 번에 모두 갚으면 ‘고유 목적 사업비’로 인정되는 한도를 넘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되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회는 정부와 국회에 일시 상환을 위한 세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임 회장은 “내야 할 세금을 깎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적 자금을 나눠 낼 때와 한 번에 낼 때 법인세가 달라지는 세제상 불합리한 부분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라며 “중앙회가 가지고 있는 내부 유보금과 유휴 자산이 있고 일부 조합은 출자 여력도 있기 때문에 자금 마련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실적도 개선되면서 일시 상환이 가능한 구조도 정착됐다.

공적 자금의 일시 상환이 이뤄지면 매년 수협은행에서 나오는 배당금 1,000억 원을 어업 현장에 지원할 수 있다. 그는 “자원 고갈과 어업 환경 악화로 어민들이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적 자금을 조기 상환하고 수협은행에서 나오는 수익을 어민을 위해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He is...

△1957년 부산 △2007년 동아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2015년 동아대 명예 경영학 박사 △2004년 대진수산 대표이사 △2015년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장 △2019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장 △2019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2019년~ 수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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