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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문 닫게 생겼는데…전국민에 돈 더 뿌려봐야 의미없어"

◆정부, 사실상 재편성 착수

"카드 캐시백 등 소비진작에 모호

소상공인 지원금 늘려 위기대응"

전문가들 '궤도 수정' 한목소리

전국민 고집땐 적자국채 가능성

결국 신용등급 하락 부를수도

거리두기가 적용된 서울의 한 카페 내부 모습. /서울경제DB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라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사실상 재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 어려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나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 등은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는 게 차라리 낫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올해 2차 추경의 지출 내역서는 △전 국민 지원(10조 7,000억 원) △소상공인 지원(3조 9,000억 원) △카드 캐시백(1조 1,000억 원) △국채 상환(2조 원) 등 크게 나눠 4개 축으로 짜여졌다.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소비 촉진을 유도해 경기회복에 ‘부스터샷’을 놓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확산하면서 추경 편성의 목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강력 거리 두기 규제에 따라 자영업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번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는 ‘통행금지’ 규제로 불릴 정도로 강도가 세 클럽과 같은 영업금지업종은 물론이고 식당 등 영업제한업종도 사실상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서울 마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11일 “이번 주에 잡혀 있었던 단체 예약이 전부 취소됐다”며 “1~2인 손님이 많은 백반집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식당은 모두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소상공인 지원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번 2차 추경에서 ‘지원금’ 성격을 띠는 ‘희망회복자금’에 3조 3,000억 원을 배정했으나 소상공인의 피해만큼 보상해주는 ‘손실보상금’에는 월 2,000억 원씩 7~9월 석 달 치 예산밖에 배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2,000억 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자영업자 67만 8,000여 곳의 영업이익 감소분을 정부가 직접 추산해 월 평균치로 나눈 수치다. 그러나 추산 당시보다 거리 두기 단계가 더 상향됐고 최소한 8월까지는 고강도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고 국민 지원금은 이연시켜 나중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고깃집에서 식당 주인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강도 거리 규제에 따라 정부가 임대료 등 고정비용까지 보상해줘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당초 고정비용 손해로 월평균 3,500억 원을 전망했는데 여기에 영업이익 추가 손실분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월평균 보상 예상 금액은 6,0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 달 치만 계산해도 지금 예산보다 1조 2,000억 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당초 전 국민 하위 80%에 지급하기로 한 국민 지원금이 전(全) 국민 지원으로 선회하면 재정의 구멍이 더 커지게 된다.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가능한 많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지급 대상을 90% 선으로 올리는 방안도 있지만 이 또한 행정비용 지급 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100% 지급안(案)이 최종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필요한 추가 재정은 약 2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자영업자 대다수가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돈을 더 뿌려봐야 소비 진작, 경기 부양 등 순기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현시점에서 효용이 사라진 신용카드 캐시백(1조 1,000억 원)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전망이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에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소비를 진작할 수 있다는 전제부터 의문스러웠던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분야에 예산을 더 편성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을 고집할 경우 2조 원 규모의 국채 조기 상환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아예 적자국채까지 더 찍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조차도 여당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라며 “소상공인과 전 국민 지원금 모두 과감하게 더 늘려 위기를 넘자고 여당이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돌파해낼 만한 무기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현실화할 경우 ‘국고채 공급 과잉에 따른 투자자의 인수 여력 축소→국고채 금리 상승(국채값 하락)→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고민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내년에 국가 채무 비율이 50% 선을 넘기면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태곤 기재부 예산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현재 국채 상환을 포기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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