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거래가 늘면서 이들을 자문하는 회계 법인도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일감이 늘자 신입 회계사 중 M&A 담당 부서 배치를 늘리고 중견 회계사의 이탈을 막기 위한 성과급도 두둑하게 챙겨주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빅4’ 회계 법인의 M&A 자문 실적 순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올해 4대 회계 법인은 총 950명 규모로 신입 회계사를 선발한다. 지난해 752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올해 공인회계사 합격 인원 1,100명 중 86%를 4대 회계 법인이 싹쓸이해가는 셈이다. 한 회계 법인 관계자는 “감사 부문에 법 개정으로 인한 외부감사인 수요 증가도 원인이지만 다른 한 축은 M&A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확대로 신생 사모펀드(PEF)운용사 설립이 늘면서 대형 회계 법인에서 PEF로 이직하는 숫자도 함께 느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전보다 평균 10% 초반인 곳은 10% 중반, 많은 곳은 30%까지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회계펌들이 성과급 확대와 선제적인 인력 확충을 카드로 내놓았다. KPMG삼정 회계 법인은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을 지난달 임원을 제외한 전체 회계사에게 지급했다. 성과급은 개인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지만 지난해보다 평균 4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성과급은 본봉의 250% 수준이었다. 삼정은 지난해 경영 자문 영업수익(매출)으로 3,289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2년 연속 3,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경영자문은 M&A를 직접 자문하는 딜 어드바리저리와 외부회계감사가 주 수익원이며, 일부는 각종 컨설팅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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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정은 2019년부터 높은 성장 흐름을 보이며 업계 1위인 삼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삼정은 지난달 40대인 김이동 전무를 부대표로 승진시켜 6개 본부로 나뉘어진 M&A 센터를 총괄하고 본부별 협업도 강화한다. 삼정은 3월 결산 법인으로 6월 이후 결산하는 다른 회계 법인보다 성과급 지급 시점이 빠르다. 자연히 삼정의 성과급 지급 기준은 4대 회계 법인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PwC삼일 회계 법인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입 회계사 중 M&A 담당 부서 배치 인력을 지난해 7명에서 올해 20명으로 3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삼일은 M&A 담당 인력만 600명으로 삼정(520명)은 물론 업계 1위 규모다. 그럼에도 선제적인 인력 확충에 나서는 셈이다. 삼일은 이번 승진 인사에서 각각 해외 기업 가치 평가, 구조 조정, 비공개 딜 분야 전문가를 각각 승진시키며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삼일은 지난해 경영자문 매출 기준으로는 삼일에 이은 2위지만 M&A 자문 매출만 따지면 1,520억 원으로 삼정(1,050억 원)에 앞선다.
국경을 넘나드는 빅딜을 수행하며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와 매각 양쪽에서 자문을 맡기도 했다.
딜로이트안진 회계 법인은 지난해 90명에 불과했던 신입 회계사 선발을 올해 200명으로 늘렸다. 4대 회계 법인 중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안진 역시 이 가운데 20명 가까이를 M&A 담당 부서로 보내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의뢰 건수는 1년 전보다 50% 늘어난 반면, 사는 쪽과 파는 쪽의 눈높이 차이가 크고 코로나19로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거래 완료까지 시간과 인력이 예전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EY한영 회계 법인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저변을 넓히고 있다. 건당 수수료가 낮아 중소 회계 법인의 전유물로 여겼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자산 매각 자문에 나서는 등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이 덕분에 한영의 경영 자문 영업수익은 2016년 921억 원에서 2019년 2,310억 원으로 올라 3대 회계 법인 중 가장 성장률이 높았다. 이와 동시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 이마트의 회계자문을 맡는 등 빅딜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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