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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쑥대밭 됐는데…대혼란 후 재건축 2년 거주 '없던 일로'

세입자는 셋집에 쫓겨나고

재건축 가격 상승 부작용 불러

폐기되는 규제도 일부에 그쳐

정비사업 정책 일괄 재정비를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 전경./서울경제DB




# “가격도 싸고 아이 학군 때문에 강남 재건축 단지로 이사왔는데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전세 재계약을 못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월세로 근처에 셋집을 마련해 살고 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학부모 A 씨는 집주인이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워야 한다며 집을 빼달라고 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씁쓸해 했다. 이 같은 사례는 A 씨만이 아니다. 재건축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른 곳의 전셋집을 얻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집주인 거주 시에는 새 임대차법 보호도 받지 못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게 하려 한 규제가 백지화됐지만 시장은 이미 한 차례 후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뒤늦게 규제가 철회된 것은 다행이지만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이 전세난은 물론 재건축 가격 상승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에서 연내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에 2년 실거주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하자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합원은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감정평가 기준으로 현금 청산을 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조합 설립을 앞둔 단지들이 인가에 속도를 내면서 실제 압구정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 1·2차) 등은 조합 설립 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 설상가상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일부러 사업을 늦추는 부작용도 나왔다.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합원은 빠른 재건축 사업 진행보다 2년 실거주 조건을 충족시킬 때까지 진행을 지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 큰 고통은 세입자다. 대치·목동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입주권을 얻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집주인이 들어오는 사례가 늘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인근 주변 아파트의 매매가격까지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통상 입주한 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아파트는 주변 새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저렴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학군지 등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재건축 전세난이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년 실거주 요건을 맞추려 집주인들이 들어와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건축 사업 추진의 일부 걸림돌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을 시군구청에서 광역 시도지사로 격상하기로 한 조치를 폐기한 것도 재건축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하는 이유가 반드시 붕괴 위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안전진단 통과를 까다롭게 하는 조치는 사실상 재건축을 해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며 “도시 정비라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안전진단에 대한 기준은 완화할 필요가 있고, 이번 조치는 잘된 것이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여야의 이번 결정은 공급의 청신호”라며 “한 채라도 더 공급이 돼야 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그물망처럼 재건축을 옥죄는 것은 실익없이 공급만 늦추는 규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폐기되는 규제는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정비 사업 정책을 일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는 시장 불안 우려가 있는 곳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안전진단 이후로 대폭 앞당기는 내용의 도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는 단지들이 한두 곳이 아닌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규제의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재건축의 핵심이 공급량인지, 속도인지, 아니면 원주민 보호인지 큰 틀을 정한 뒤 이에 맞춰 용적률 조정, 규제 완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당장 문제가 발생하는 곳만 대증요법 식으로 대응할 경우 앞으로도 결국 규제 간 모순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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