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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방지용' 이스라엘 스파이웨어, 언론인·인권 운동가 사찰에 쓰였다

WP·FT 등 16개 언론 공동 취재

사우디 카슈끄지 전처 등 해킹 시도

이스라엘 헤르츨리야에 위치한 NSO그룹 본사 전경.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민간 기업이 테러 방지용으로 개발한 스파이웨어가 오히려 각국 정부의 언론인과 인권운동가에 대한 무더기 사찰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와 프랑스 비영리 언론 단체 ‘포비든스토리스’는 이스라엘 기업 NSO그룹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와 관련된 5만 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입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W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16개국 언론사가 공동 취재한 결과 이 전화번호들의 주인은 50개국의 정치인과 기자·인권운동가 등으로 확인됐다. 신원이 구체적으로 파악된 사람만 각국 정계 인사 600명 이상을 비롯해 CNN·월스트리트저널(WSJ)·FT·르몽드 등 주요 언론사 기자 189명, 인권운동가 85명, 기업 인사 65명 등이다. WP는 “기자들의 경우 대부분 정부 비판 기사를 쓰거나 고위층의 부패 의혹을 추적해온 이들”이라고 전했다.



공동취재팀이 페가수스에 전화번호가 수집된 휴대폰 67대를 추려 정밀 조사한 결과 23대는 이미 해킹된 상태였고 14대에서는 해킹 시도 흔적이 나타났다. 특히 취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2018년 터키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자말 카슈끄지의 전 아내와 약혼녀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NSO가 10년 전쯤에 개발한 페가수스는 그간 테러 방지 등 원래 목적과 달리 해킹과 사찰에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엠네스티도 NSO를 상대로 수출 중단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스라엘 법원은 지난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NSO는 현재 40개국에서 60곳의 정보·군·법 집행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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