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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충신'(忠臣) 홍남기, '역신'(逆臣) 정은경

서일범 경제부 차장





얼마 전 만난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중 누가 더 충신(忠臣)일까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두 사람은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라고 불릴 정도로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홍 경제부총리는 벌써 2년 7개월째 경제 분야를 총지휘하고 있고, 정 청장도 4년 넘게 방역 분야를 이끌고 있다.

차이점도 있다.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 두 사람을 대하는 대중의 시각에 상당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정 청장을 보는 시각에는 대체로 온정이 묻어난다. 사상 초유의 역병을 맞아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어 한마디로 “애잔하다”는 것이다. 피곤에 찌들어 있는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와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지 싶다. 본인의 뚜렷한 주관을 외부에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일도 거의 없다. 최근에는 ‘서민 음식’인 도넛·김밥·우동을 사 먹었다는 정 청장의 업무 추진비 내역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홍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서부터 주요 경제정책의 고비마다 좌고우면,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홍백기(홍남기+백기투항)’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정부 정책이라면 덮어놓고 지지하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조차도 홍 부총리에게만큼은 유독 냉랭하다.

그럼 대중에게 칭송을 받는 정 청장은 충신이고 홍 부총리는 역신(逆臣)이라는 말인가. 관료들의 평가는 다르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가령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00명에 이르고 백신 수급과 예약에 모두 구멍이 나도 정 청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도리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청와대가 무엇을 했느냐고 질책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뿐이다. 홍 부총리는 정확히 반대다. 집값이 곱절로 뛰거나 전 국민(또는 국민의 80%)에게 20만 원을 줄지, 25만 원을 줄지 같은 문제로 갈등이 벌어지면 그가 나서 묵묵히 십자포화를 맞는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청와대와 물밑 협의를 거친 것인데도 홍 부총리가 나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니 청와대가 부랴부랴 방역기획관 자리를 신설하고 이 자리에 “백신은 나오기도 어렵고 화이자 같은 백신은 불안해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엉뚱한 주장을 펼쳐온 기모란 교수를 선임하게 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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