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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기업이 國富 원천이자 안보 방패···대만 'TSMC 실리콘실드' 배워야

■ 창간기획 '리셋 더 넥스트'

<2>초격차 DNA로 진화...결국 기업이 미래다

대만, 반도체 앞세워 '화려한 부활'

독보적 기술로 전략적 국가 발돋움

韓, 반기업 정서가 경쟁력 갉아먹어

21대 국회만 규제 1,300개 쏟아내

美·中처럼 국가차원 지원·투자 절실





198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불리던 대만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늙어가는 나라로 평가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은 둔화됐고 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조선’처럼 자국을 ‘귀신섬’이라 부르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미중 패권 전쟁과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는 동시에 미중이 모두 구애하는 전략적 국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TSMC·U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판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차이잉원 정권은 이에 발맞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테크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했고, 동시에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으며 미국과의 밀월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한 국가의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책임지는 글로벌 질서가 공고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아무리 패권을 휘둘러도 독보적 기술 앞에서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같이 분명한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 내부에서 기업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야박하고, 증세와 규제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출범한 21대 국회만 해도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1,300여 개 규제 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쏟아내 역대 최다 규제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최근 ‘2021 투자 환경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 부족 및 자의적 해석, 국회의 규제 양산, 주52시간제 등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면 다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인식부터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이 독보적인 역량을 갖춰야 ‘이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무너진다’는 인식이 생겨 미중 패권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규제를 하더라도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기업 성장을 발목 잡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와 SK·LG 등의 배터리 경쟁력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확고한 한미 경제 동맹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로 미국과 중국을 모두 사로잡는 ‘실리콘 실드(silicon-shield·반도체 방패)’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삼성전자 역시 D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의 독보적 경쟁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는 내연 자동차에서 전기차·수소차로 가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포스코는 철강 사업만 할 줄 알았더니 수소와 미래 에너지로 사업을 재편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열악한 기업 환경 속에서도 이런 성과를 보이는 기업에 힘을 북돋기는커녕 정치는 지지층의 이익만 대변하는 4류·5류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에서는 선진국들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와 자국 산업 육성 노력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업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비롯해 얽히고설킨 국제 관계를 풀어나가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금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기업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을 발효하는 등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등 반도체 내재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마이크로칩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이른바 ‘마이크로칩 산업 동맹(industry alliance)’을 추진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반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거나 상계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도체 관련 특별법 제정을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정쩡하고 생색만 내는 기업 지원책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본격화할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기업 환경을 개선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우리나라에, 또 외국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BTS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의 전 세계적 인기만 봐도 우리나라 미래는 기업들이 밝히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반면 극성 노조처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집단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집단들이 우리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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