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무관중 올림픽은 시청자 입장에서 좋은 측면도 있다. 보통의 올림픽이었다면 현장의 관중 함성에 묻혔을 선수들의 기합과 환호, 안타까운 절규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착같이 파고들어 한 포인트를 짜낸 펜싱 선수의 환희에 찬 탄성, 마지막 순간 역전을 허용해 메달을 놓친 태권도 선수의 절절한 탄식이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그대로 전달된다.
그동안은 올림픽을 대하는 국민 반응을 주로 메달 유무가 좌우했다면 이번 올림픽은 조금 다른 듯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흘린 땀의 무게와 눈물의 농도를 ‘소리’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동메달도 축하하는 관전 의식’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도쿄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그 무엇보다 괴로운 이름이었다. 하루하루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결전의 날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그 시간이 1년 뒤로 미뤄졌다. 훈련 계획을 완전히 새롭게 짜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렵게 마음을 다잡았더니 정치권에서는 책임지지도 못할 ‘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나와 한 번 더 가슴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곡절을 거쳐 나선 올림픽은 한 경기, 한 순간이 특별하다. 선수들은 결과를 떠나 유례없는 과정을 이겨낸 자신을 칭찬한다. 목표했던 금메달을 놓친 뒤 죄인처럼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이는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준비했다(펜싱 박상영)” “티끌만큼의 후회도 없다(유도 김원진)”고 말하는 패자는 이미 패자가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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