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재가동 미루며 경제성 악화시켜…'탈원전 가속' 명분 삼았나

■ '고무줄 정비'에 원전 경제성 뚝…의혹 키우는 '탈원전파' 원안위

당정, 비전문가·시민단체 출신 위주로 위원 꾸려

전력수급·안전 고려않고 '트집잡기'로 원전 발목

'조기폐쇄' 월성1호기 6,200억 투입했지만 死藏





“국무총리 한마디에 정비 중이던 원전 3개가 일주일 사이 가동을 시작한 것만 봐도 원전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정부가 지난달 중순 전력예비율에 비상이 걸리자 원전 3기를 재가동한 것과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원안위가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된 기관이라지만 지난 2018년 폭염 당시 정비 중이던 원전을 급히 가동했던 사례만 보더라도 과연 안전 때문에 정비 기간을 이전 정부보다 늘렸는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안위 소속 위원들이 원전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시민 단체 출신 등이 많아 탈원전 거수기 역할만 하다 전력 수급 안정성에 비상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원전 전문가 대부분은 지금의 원안위 구성을 볼 때 원전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85.5%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이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 71.2%로 떨어지고 이듬해에 65.9%까지 곤두박질친 배경에 원안위 위원의 탈원전 편향성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원안위에 공개된 비상임 위원들의 약력을 보면 야당이 추천한 이병령 전 한국형 원자로 개발 책임자와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제외하면 정부나 여당 추천 위원들과 관련해서는 전문성과 정치적 편향성을 놓고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김호철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이고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으로 일했을 뿐 원전 전문가는 아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인허가 팀장을 지낸 하정구 위원은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전문위원 출신이며 장찬동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 분야 전문가다. 최근 원안위 위원직에서 물러났지만 정부가 추천했던 김재영 계명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또한 원전 분야 전문성과 괴리가 있다.

원안위가 전문성은 부족하면서 정치 성향만 두드러지자 원전의 실질적 안전도 향상은 무관심한 채 탈원전 정책을 이행하며 원전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원전 건설 등에 참여했던 한 원자력공학 담당 교수는 “탈원전 인사들이 장악한 원안위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올린 보고서에 일일이 꼬투리를 잡으면서 원전 검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원안위의 규제 강화가 안전성을 높이는 것과는 별반 관련도 없이 사업자의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답답해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의 정기 검사 일정이 장기화하자 주요 원전 간 검사 기간이 겹치는 상황도 나타난다. 2017년에는 고리3·4호기, 신고리1호기, 한빛4·6호기, 월성1호기, 신월성2호기, 한울2·3호기 등이 일제히 정기 검사에 들어가 한빛4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은 모두 이듬해 검사가 끝났다. 원전이 대거 정지하면서 그만큼 전력 공백 위험이 커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7년에는 원전에 공극이 발견돼 검사 기간이 길어지고 검사 범위도 넓혀야 했다”며 “지금도 정비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 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리나 점검을 담당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 되지 않는데 몰아서 정비 일정을 잡으면 개별 원전의 검사 기간은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원안위 등이 미리 조율했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는 “계획예방정비는 1차 주체가 한수원이지만 전력 수급 계획에 맞춰서 하기 때문에 결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다”며 “하지만 원안위가 전력 피크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가동 시점을 늦출 경우 전력 수급에도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안위의 늑장 승인은 결과적으로 원전의 경제성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처럼 정비 일정이 길어지면 결국 원전의 경제성이 악화돼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주된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며 “길어진 정기 검사 기간 때문에 원자력발전 비용은 이전 정부와 달리 우상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2018년 조기 폐쇄를 결정한 월성원전1호기는 직전 10년간 원자로 교체 비용 등으로 6,267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에 가속 페달을 밟아 6,000억 원이 넘는 돈이 사장된 셈이다. 정 교수는 “월성1호기는 원자로 등을 새로 교체해 30년을 추가로 운영할 수 있던 발전소였다”면서 “자동차로 비유하면 기존 엔진을 신형 엔진으로 교환해놓고 폐차장에 보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원전은 가동된 지 30년이 지나면 감가상각 비용이 없어지며 발전 원가는 1㎾h당 30원 수준에 불과해진다” 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은 국가 경제적으로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