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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발행 토큰으로 결제하면 응시료 절반 깎아드립니다" 도 넘은 자격증 장사에 멍드는 암호화폐 업계

韓블록체인산업협회 블록체인관리사(CBM)

블록체인 전문가 육성이 목적이라지만...

협회 발간 수험서로만 자격증 시험 공부해야

토큰 결제시 응시료 50% 할인...도넘은 '장삿속' 눈쌀

협회 발행 토큰도 정체 불문명, 업계 신뢰 추락 우려

/출처=셔터스톡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가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블록체인관리사(CBM)’ 자격증이 당초 취지와 달리 협회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는 자체 발행한 토큰의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자격증 응시료를 토큰으로 받는가하면 협회 발간 문제집으로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자격증을 설계하는 등 장삿속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름만 보면 업계 전문가를 양성하고 산업 발전을 고민하는 비영리법인처럼 비춰지지만 실상은 자격증 장사를 하는 민간기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는 현재 '블록체인관리사(CBM)'라는 민간 자격증을 운영하고 있다. 협회장은 연삼흠씨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활동하는 협회들 가운데 자격증 사업을 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하지만 업계는 블록체인산업협회의 자격증 사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이라는 당초 목적보다는 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자격증을 이용하면서 블록체인 업계의 전체 신뢰도를 떨어 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협회는 자격증 시험 공부를 위해서 협회가 발간한 문제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시험 응시료를 협회가 자체 발행한 토큰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자격증을 매개로 문제집 판매와 토큰 유통 등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협회가 발행한 토큰의 정체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는 에스토니아에 ‘세계블록체인산업협회’라는 법인을 설립한 후 자격증과 동명의 암호화폐(CBM)를 발행했다. 하지만 백서를 보면 빈틈 투성이다. 이더리움 기반 ERC-20토큰으로 발행된 것이 기술 관련 내용의 전부다. 암호화폐 업계의 관계자는 "백서 대부분이 블록체인에 대한 원론적인 소개와 문제점, 블록체인 관리사 시험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다"며 "토큰의 용도와 동작 원리 등 핵심 내용에 대한 설명이 매우 빈약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CBM 거래 활성화를 위해 자격증 응시료를 결제하면 50% 할인해준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수는 거의 없다. 이더스캔에 따르면 CBM 토큰 소유자는 9명이며 거래내역은 17건에 불과하다. CBM은 협회 회원사 중 한 곳인 코어닥스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3일 기준 CBM 거래가격은 45원이다. 24시간 거래량은 356만 7,867개로 총 거래액은 1억 6,027만원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에 게재된 블록체인 관리사(CBM) 시험 홍보/ 출처=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 캡처


업계에서는 블록체인관리사 자격증의 공신력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협회는 국제 자격증을 표방하며 ▲미국 ▲중국 ▲일본 ▲에스토니아 ▲베트남 ▲인도 ▲스페인 ▲노르웨이 등 23개 국가의 자격증 이미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이 해당 국가에서 실제로 통용되는지 여부는 한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 블록체인관리사는 민간 자격증이어서 최초 도입 취지에 따라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검증할 공적 기관이 없다. 민간자격증 승인을 담당하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관계자는 "응시자격, 검정방법 등 필수 요건에 맞춰 민간자격증을 신청하게 돼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따로 관리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 2019년 '암호화폐공개(ICO) 인증' 사업을 진행해 논란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협회는 ‘드림니다’라는 업체가 발행한 드림존코인(DZC)에 ICO 인증 마크를 발급했다. 하지만 당시 드림니다의 대표는 연 회장이었다. 협회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 ICO 인증서를 내준 셈이다. 이런 문제가 뒤늦게 제기되자 협회는 ICO 인증 서비스는 운영을 중단하고 블록체인 인증을 발급하고 있다.

디센터는 연 회장에게 암호화폐를 발행한 이유와 자격증 강사진, 자격 시험 내용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거부하겠다”는 입장만 전달받았다.

전문가들은 일부 협회의 돌출 행동이 지속될 경우 암호화폐 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수혁 고려대 블록체인학과 겸임교수는 "협회가 자격증을 발급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 없지만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비영리법인 설립 취지와 어긋나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협회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인규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발행을 합법화하지 않고 있다”며 “나라의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에서 토큰을 발행한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에서 교육과 자격증 발급을 하려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수의 강사진을 초빙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런 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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