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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MZ세대 '가치를 산다'…기업 '착해야 산다'

■가치 소비에 'ESG' 사활거는 기업

-식품업계

통조림 뚜껑 없애 플라스틱 사용 절감

대체육 개발로 탄소배출 감축 기여도

-패션업계

소각 처리되던 재고 의류 '업사이클링'

페트병 재활용해 친환경 의류도 만들어

-뷰티업계

다 쓴 화장품 용기 수거 캠페인 펼치고

원료부터 포장재까지 천연 소재로 제작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고 909조 원을 굴리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도 투자 기업이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 다양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기업의 이사들에 대해 반대투표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돈줄’이 마르는 시대가 온 셈이다. ‘돈줄’만 마르는 게 아니다. ‘목줄’도 위험하다. 남양유업은 경쟁사 비방, 제품 과대 홍보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다 결국 오너가의 사퇴와 매각 결정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한 한앤컴퍼니가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한 반성이었다. 한앤컴퍼니의 반성 후 남양유업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재무적 리스크, 즉 조그마한 것이라고 치부되던 ESG 지표가 재무, 나아가 기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과 평가가 ESG 경영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으면서 사실상 대다수 기업들이 ‘착한 기업’이라는 배지를 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업군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하는 식품·패션·뷰티 등 유통 기업이다.

식품 기업의 ESG 경영 중 대표적인 분야는 친환경 패키징이다. 식품 기업들은 친환경 패키징을 위해 화학 기업들과 MOU를 맺고 있다. CJ제일제당은 HDC현대EP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와 셀룰로오스 등을 활용해 컴파운딩 솔루션 개발 및 바이오플라스틱 대량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SPC그룹도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포장재를 개발하기로 MOU를 맺는 등 친환경 패키징 시장을 잡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스팸 뚜껑 반납’ 운동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소비자단체 ‘쓰담쓰담’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햄 통조림의 플라스틱 뚜껑을 기업에 반납하는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을 벌였다. CJ제일제당은 통조림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고 각종 포장재를 줄인 세트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에 화답했고 결국 86톤의 플라스틱 배출이 줄었다.

대체 식품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 식품은 가축 사육 대신 주로 콩·버섯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이나 첨단 미생물 발효 기술로 개발한 단백질로 만든 식품이다. 대규모 동물 사육 없이 혁신 기술로 단백질을 구현해 탄소 배출 감축, 식품 안전성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ESG 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기업 총수들이 나서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불을 지폈다. 최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국 퍼펙트데이의 대체육과 아이스크림·버터·우유 등 대체 식품들의 사진을 올렸다. SK는 지난해 540억 원을 퍼펙트데이에 투자했다. 지난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퍼펙트데이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로 발효유 단백질 생산에 성공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미국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파인드에 약 29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중국 식음료 기업인 조이비오그룹과 중국 대체 식품 투자 펀드 조성도 약속하는 등 대체육 시장 투자에 가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벤슨힐바이오시스템에 투자했고 신세계푸드에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출시했다. 이보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9년 이스라엘을 방문해 푸드테크 기업 관계자를 만난 후 대체 식품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시했고 더 나아가 롯데푸드는 2019년 선도적으로 ‘엔네이처제로미트’ 브랜드를 론칭하며 대체육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패션 업계에서는 소각되던 재고 의류를 활용하는 방식이 ESG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의 선도 기업은 코오롱이다. 코오롱FnC는 2012년 래코드를 론칭했다. 통상 의류 제품은 이월 상품이 되면 상설할인 매장으로 갔다가 3년차 재고가 되면 소각 처리되는데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사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켰다. 한섬도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하는 과정을 통해 친환경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폐기될 재고 의류를 폐의류 재활용 업체가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한섬은 올해 연간 재고 의류 물량의 절반 수준인 30톤을 프로젝트를 통해 처리하고 오는 2024년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한섬의 모든 재고 의류를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캐주얼 브랜드 ‘러브바이커티스쿨릭’을 자사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 단독 론칭했다. 상품의 70% 이상을 천연소재와 자투리 원단을 사용해 환경친화적으로 제작했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해 전 상품에 180일 내 100% 자연 분해되는 썩는 비늘 포장재를 사용한다. 블랙야크는 국내 수거 페트병이 혼합 및 오염 문제로 재생섬유로 재활용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뉴라이프텍스 TF팀을 신설하며 전사적으로 친환경 의류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수입한 페트병을 재생한 원료가 아닌 우리나라의 페트병을 재활용한 의류를 만들기 위해 전에 없던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뷰티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돋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2003년부터 지속된 친환경 캠페인으로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매장에 반납한 고객들에게 뷰티포인트 등을 적립해 주는 공병 수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도 친환경 원료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콜마는 무림P&P와 친환경 화장품 포장재 소재와 원료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한국콜마와 무림P&P는 이번 협약으로 친환경 소재인 종이류를 화장품 용기와 포장재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맥스도 자재 협력 업체와 향후 5년 이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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