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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금메달 1위지만 단체 종목에선 전멸한 중국 [특파원칼럼]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8일 폐막을 앞둔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은 지난 7일까지 금메달 기준 38개로, 국가별 1위를 기록 중이다. 금·은·동 메달 전체로는 87개로 미국에 이어 2위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메달은 대부분 개인 종목에서 챙긴 것이라는 점이다. 야구와 축구, 배구, 농구 등 단체 구기 종목에서는 전패했다. 수영이든 탁구든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4억 중국에서 잘하는 사람을 뽑으면 곧 세계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단체 구기 경기에서는 이런 거대 인구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개인 메달리스트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히 구기에서 보인 중국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남자축구는 이번 올림픽 무대를 아예 밟아보지도 못했다. 올림픽에 올라왔던 여자축구도 무승으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단체 구기 종목 대부분이 8강에 들지도 못했다. 다행히 올해 처음 도입된 3대3 여자농구에서 동메달을 따긴 했다. 중국인들이 느낀 가장 큰 충격은 지난 2018년 리우올림픽 금메달이었던 여자배구가 이번에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3패1승의 수모였다. 중국의 국민적 영웅이었던 랑핑 여자배구 감독은 책임을 지고 8년 만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중국이 단체 구기 경기에서 약한 면모를 보인 역사는 오래됐지만 이번에는 특히 심한 편이다. 중국이 단체경기에서 약한 이유에 대해 많은 분석이 있어왔다. 주로 축구를 대상으로 이야기됐는데 부정적인 평가로서는 거대한 중국에서 지역색이 강하고 개인은 이기적이어서 협동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는 뉴스는 중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다.

그나마 우호적인 평가로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교육받고 거꾸로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성격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남과 몸을 부딪히며 경기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쓴소리로 유명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과거에 이에 대해 “학교에서 늘상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교육하면서 아이들이 남과의 접촉을 삼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만 협동 의식이 부족할까. 정치·사회나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예 남을 배려하지 않는 독단적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연말에 중국중앙방송(CCTV)에서 항미원조 전쟁(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70주년 기념으로 처음 방송됐다가 지금도 지방방송에서 번갈아가며 재방되고 있는 ‘압록강을 건너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한국전쟁의 중국 공산당군(중공군) 참전을 다루었다. 중국의 참전은 정의라는 주장이다. 한국전쟁은 미국이 도발했으며 한국군은 미국의 괴뢰 정도로 묘사된다.

드라마에서 특히 1950년 10월 25일 평안북도 운산군 온정리 양수동에서 북진 중인 한국군 6사단이 중공군의 기습에 학살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며 착잡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 정도다. 나중에 중국은 이날을 ‘항미원조 참전 기념일’로 지정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한중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전쟁(한국전쟁)은 조선(북한)의 혁명전쟁이고 미국의 불법 개입으로 실패했는데 다행히 우리 중국이 도와줘서 미국을 물리쳤다”는 말을 서로 암기한 듯 되풀이한다.

최근인 지난 6일에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으로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감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른바 ‘하나의 중국’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현재 중국(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중화민국) 모두 하나의 중국을 이야기한다. 즉 모두가 상대방을 미수복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대만이 자신들의 주장을 밝히는 것을 넘어 이를 이유로 타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제협력을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홍색 규제’에 나서면 증시 등에서 다른 나라의 투자자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데도 불구하고 나몰라라 하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 안에서의 협동정신 부재가 국제적 협동정신 부재로 연결되는 것이다. 중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가장 많이 땄다고 해서 기뻐할 일은 아닌 것이다. 국민적 영웅이 졌다고 억울해 할 일도 더욱 아니다. 중국이 낀 국제간의 협력이 왜 안되는지를 되짚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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