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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연금·노동 등 구조개혁 외면...대선주자들 반면교사 삼아야" [고광본의 청론직설]

◆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저성과자 해고 지침 폐기·성과연봉제 도입 연기 등

고용시장 유연성 가져다줄 노동개혁 5법 원점 되돌려

전국민 고용보험 등 보여주기식 정책, 직장인만 피해

재정건전성 관리해 젊은세대에 부담 떠넘기지 말아야

5년 단임정권, 전 정권 부정만 해선 국가 지속성 떨어져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과 4대 보험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전 정부가 탄핵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공무원연금·사학연금 개혁에도 나섰는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를 내세워 재정지출만 급속히 확대했을 뿐 국가적 과제인 노동시장·사회보험 관련 구조 개혁은 등한시했습니다. 대선주자들이 반면교사로 삼아 차기 정권을 잡으면 강력히 추진했으면 합니다.”

김현숙(55·사진)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은 9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도 연금과 노동시장 개혁은 손도 못 대고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시절 김무성 대표, 이한구 중진의원 등과 함께 공무원·사학연금 개혁의 총대를 멘 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에 근무할 때 고용노동부와 함께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 5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현 정부가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키워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양극화 심화 우려로 인해 복지와 사회 안전망 강화는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재정지출이 지나치게 확장됐다”며 “5년 단임 정권인데 전 정권을 부정하기만 해서는 국가의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청와대 수석 시절 고용시장 유연성을 추진하다가 우여곡절도 겪었는데.

△현 정부에서 저를 2018년 직권남용과 국가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의뢰 했으나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를 동원해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을 홍보하고 보수 시민단체의 시위를 지원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무리한 적폐청산 수사로 인해 힘들었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폐기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미루면서 민주노총 등 대기업 노조에 끌려다녔다는 점이다. 친노조 정책을 펼치다 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를 설득해 고용시장 유연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대폭 강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참여정부에서 국민연금을,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바꿨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 국민연금을 개혁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직 사회의 저항이 상당했다. 이때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과 연계해 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저도 사립대 교수이지만 오직 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총대를 멨고 지난 2015년 5월 역대 정부 중 네 번째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매년 2조 원의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모든 것을 재정에 기대면서 구조 개혁 같은 중요한 과제를 등한시하지 않았나. 실상 지금 정부가 돈을 펑펑 쓰는 것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재정 건전성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야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는데 내년 5월 10일 출범하는 차기 정권이 연금 개혁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국민연금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소득의 4.5%씩을 각각 부담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연금·사학연금은 개혁을 통해 당사자와 정부(사학연금은 학교)가 각각 7%에서 9%씩 내도록 상향 조정했다. 공무원·사학연금은 돈도 많이 내고 불입 기간도 길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저부담·고혜택의 연금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회적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율 9%를 40년간 납부하면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소득대체율이 현재 44%(40%까지 단계적으로 떨어지도록 설계)인데 30~40년 뒤 고갈될 처지다. 국민연금 기여율을 높여야 한다. 자칫 다음 세대는 돈만 내고 연금은 받지도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공무원연금·사학연금, 군인연금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군인연금은 보수든 진보든 역대 어느 정부에서 손 한 번 못댔는데.

△군인연금 개혁은 아무도 손도 대지 못했다. 공무원연금보다 더 많이 지급되고 지급 시기도 굉장히 빠르지만 현재 안보 환경에서 군의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4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과 함께 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으로 이뤄져 있다. 현 정부 들어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 추진되는 등 큰 폭의 정책 변화가 이뤄졌다.

△취지는 좋은데 정책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고 정치적으로 보여주기식 측면이 강하다.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 단적인 예다. 이를 위해 근로자와 사업주는 각각 근로자 소득의 0.8%씩을 부담해 실업급여를 적립한다. 사업주는 추가로 고용 안정과 직업 능력 개발을 위해 0.25~0.85%를 적립한다. 그런데 예술인이라든지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고용직은 국세청에 과세 정보가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특수고용직은 사용자를 특정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은 면세점 이하 국민이 40%가량 되는데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 역시 국세청 자료로도 파악하기 어렵다. 고용보험 임의 가입이 가능한 자영업자에게 이를 의무화한다고 해 현재 1%대 가입률이 얼마나 더 높아질까 의문이다. 이직과 실업·폐업이 빈번한 예술인이나 특수고용직,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계정을 임금 근로자 계정과 분리하지 않으면 ‘유리 지갑’인 기존 직장인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고용보험 기금을 메우기 위해 세금을 대거 투입하게 될 것이다. 사실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고용보험은 이미 파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강보험도 재정 건정성이 위협받고 있는데.

△이전 정부에서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현 정부에서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급여 확대라든지 소소한 분야까지 보장 분야가 대폭 늘어나면서 ‘의료 쇼핑’이 만연했다. 다만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급속하게 진행하던 건강보험 적자가 일시적으로 흑자 전환했을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공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공공 부문 일자리를 적잖게 늘렸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말까지 공무원 일자리가 10만 명가량 증가했다. 이를 포함한 공공 부문 종사자는 23만 명이나 늘었다. 물론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등 공공의 역할을 늘려야 하는 분야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질 좋은 민간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때다. 젊은이들이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 시험 준비에 매달려서야 국가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나. 공공기관장, 공기업 사장, 감사도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봉사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거 추진했는데.

△기존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의 고용 안정성은 강화됐는지 모르지만 그에 비례해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청년 신규 고용도 어려워졌다. 공정의 이슈도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용 시장의 탄력성을 꾀하면서도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코로나19 위기가 있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며 재정 건전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돈 풀기로 국가채무가 크게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가 마지노선이라는 말은 쏙 들어가고 오는 2024년에 58.6%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전망이다. 국가채무 목표치도 고무줄처럼 60%로 높였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적자도 심각한 추세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가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 신용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불안해질 수 있다. 국가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하게 돼 신중해야 한다.



-복지확대와 사회안전망 구축도 중요한데 요즘 기본소득이라든지 복지에 관해 이런저런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과 더불어 소득재분배 문제와 복지제도가 차기 정부에서도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이다. 우선 기초생활보장 수급 범위를 다소 확대하고 수급 자격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용해야 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근로장려금 제도의 근로유인 효과를 분석한 이후 근로유인이 보다 강화되도록 점증 구간 등을 재설계해야 한다. 그 위의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부의 소득세’를 도입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복지체계 전체를 재편하지 않는 한 기본소득은 그저 웃돈을 얹어주는 것에 불과한데 재정소요는 막대하다.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쉽지 않고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의미도 없다.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면서 자연스레 부동산 세금도 늘었는데.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공급은 늘리지 않고 수요 규제에 집착하면서 매매 값과 전월세 값 급등을 초래했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관련 세금도 급격히 증가했는데 납세자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세금부터 올리는 게 맞나. 전월세를 올려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 뿐이다. 세원 확대 대신 고소득·고자산가에 대한 세율 인상에만 집착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와 면제자 매출액 기준을 대폭 올려 그동안의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 추진에 역행하기도 했다. 과세 원칙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인데 디지털 경제 시대 플랫폼 기반 노동으로의 변화 추세에 맞춰 디지털 기업에 대한 새로운 과세 방안 등 ‘디지털 세원’을 넓히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정부가 복지확대와 사회 안전망 구축에 나선 것은 나름 잘했다고 본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원의 기술 사업화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미흡했는데.

△현 정부는 ‘기업 규제 3법’ 등을 통해 기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키웠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외국 기업 유치나 해외에 나간 우리 기업들의 유턴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멀쩡한 기업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들 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어렵게 했고 일자리마저 없애는 역효과를 낳았다.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텐데,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이다. 정책은 정교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하는데 뒤죽박죽인 게 너무 많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부가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그렇다고 해서 2011년 쓰나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방사능 누출을 이유로 가장 싸고 친환경적인 원전을 외면하면 되겠나.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착공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중단했는데 합리적이지 않다.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을 사장시키며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탄소 중립이라는 고지에 오르자면 원전과 같이 가야 한다.



She is...

196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 일신여고 졸업 후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로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여성가족위 여당 간사,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원내대변인 등을 지내며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의 총대를 멨다. 그해 8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에 임명돼 2년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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