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공작 혐의등으로 기소돼 4년 가까이 재판을 받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는 11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추징금 165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징역형과 자격정지는 1·2심과 같이 구형했고, 추징금 구형량은 198억3,000만원에서 165억여원으로 줄였다. 이는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함께 기소된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에겐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추징금 25억여원을,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겐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추징금 2억7,000천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인적·물적 조직을 활용해 야권 정치인을 사찰하는 등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헌법적 가치와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 등을 훼손하는 행위로 불법성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국정원이 정보기관으로서 하는 일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도 “국정원장이라는 지위만으로 지시·보고체계가 너무 쉽게 인정됐다”며 원 전 원장의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공작과 관련한 혐의를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예산을 사용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그는 과거 '댓글공작' 사건으로 이미 재판을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재수사가 진행돼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총 9차례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다만 13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중 원 전 원장이 권양숙 여사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해외 방문 때 국정원 직원에게 미행하도록 지시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라고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보고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직권남용 혐의 중 ‘미행을 지시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해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 달 17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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