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서 대출에 의존하는 기업이 늘어났으며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세를 보였던 회사채 시장도 기준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행의 기업 대출은 11조 3,000억 원 증가해 누적 1,033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7월 증가액을 놓고 봤을 때 관련 통계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은행의 기업 대출 가운데서도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각각 9조 1,000억 원, 4조 2,000억 원 늘어 7월 기준 최대치를 찍었다. 특히 기업 대출의 70%가량이 변동금리여서 시중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올 상반기만 보면 1월부터 7월까지 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는 단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었다. 대기업은 3월과 5월·6월 등 세 차례 대출액이 소폭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은 매달 6조~9조 원씩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업 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1% 오르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경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 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어서 대출에 의존해왔는데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곧바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회사채 시장 역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 발행 자체가 힘겨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민 연구위원은 따라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정부가 기업 지원책을 유지하거나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용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자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기업유동성지원기구 등을 활용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을 막는 데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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