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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아프간 엑시트' 고삐 죄는 美…동남아 反中벨트에 힘 싣는다

■美 고위직 잇단 동남아 방문

오스틴 국방 이어 해리스 부통령

'中뒷마당' 싱가포르·베트남순방

백신부터 군사까지 전방위 협력

동맹국 달래며 반중 전선 재정비

난민 유입·외교 역량 亞로 이동

유럽은 환영 어려워 속내 복잡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미국이 반중 연대로 국면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1차 시험대는 ‘중국의 뒷마당’인 동남아시아다. 당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 시간)부터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문 이후 한 달 만으로, 이례적일 만큼 동남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직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베트남전쟁 종전(1975년) 이후 처음이어서 더욱 관심이 높다.

베트남전 종전 후 첫 현직 부통령 방문

사실 해리스 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아프간 사태 이전부터 계획됐던 일이다. 하지만 현시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이 아프간 철수를 주변 국가와 상의도 없이 강행하면서 동맹마저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에 실망했다는 비판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파국으로 치닫는 아프간 사태의 연착륙을 도모하는 것과는 별개로 반중 연대를 통해 흐트러진 세를 다시 결집할 필요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동남아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다.

1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부통령의 동남아 방문은) 미국이 이 지역(동남아)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프간 사태로 ‘미국이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을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이 ‘동맹국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과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동맹국의 우려를 잠재웠다.

외교 역량, 인도·태평양으로 이동

하지만 부통령의 순방을 단순히 ‘동맹국 달래기’로만 보는 것은 일차원적이다. 동남아는 중국 견제의 관문과도 같다. 여러 국가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영토 분쟁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은 반도체 등 주요 핵심 산업의 공장을 갖고 있다. 지정학적 요충지는 물론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의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를 지난 4월 공식화하자마자 이는 반중 전선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동남아와의 스킨십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외신에서 쏟아졌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미국이 중동에 배치했던 전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아프간 전쟁이 끝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병력 증가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신·군사 등 전방위 연대로 영향력 확대

미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간 협력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은 6월 대만에 당초 약속보다 3배 많은 25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했고 베트남에는 7월 500만 회분의 백신을 보냈다. 특히 필리핀에는 백신을 지원하는 대가로 연합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지위협정(VFA) 복원을 얻어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23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공급망 회복과 안보 협력 방안을, 베트남과는 경제·안보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은 아프간 철군 후 생긴 여유 전력을 ‘대만과의 밀착’에 집중할 여지도 있다. 중국이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는 2027년 대만을 침공해 흡수 통일할 수 있다는 분석(필 데이비드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까지 나와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실제 미국은 최근 대만에 ‘비공식 특사’를 파견하고 미·대만 간 해안 경비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영국·호주와 함께 서태평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도 진행했다. 미국 해군만 2만 5,000명이 참여했다. WSJ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훈련이었다”며 “미국이 20년 전 아프간을 침공한 후 군사 정책의 초점이 변한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마샤오광 대변인은 19일 “(대만) 독립을 도모하는 도발을 하며 날뛰면 날뛸수록 멸망은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에 동조는 하지만…’ 유럽은 시큰둥

한편 유럽의 속내는 복잡하다. 아프간 철군으로 발생한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돼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미국의 외교 역량이 아시아로 집중되는 상황을 반길 수만은 없다. 유럽에서는 미국이 유럽과 협의 없이 아프간 철군을 서두른 데 대한 비판 여론도 강하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논의가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영국 정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군대를 철수했다”며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 단독주의”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영국의 벤 월리스 국방장관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미군 철수 후에도 군대를 아프간에 남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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