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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년전 '여권통문' 기리며…미술인들 손잡았다

'여권통문의 날' 기념전시

토포하우스 9월 1~7일

김순임의 '그 얼굴_이교일'. 작가는 교육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자신의 외할머니 모습에 '여권통문' 정신을 담았다. /사진제공=토포하우스




“신체와 수족과 이목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으로 사나이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深閨)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앞서 문명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외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양반 여성들이 ‘이소사(召史·소사는 나이 든 기혼 여성을 뜻함)’ ‘김소사’의 이름으로 모여 이 같은 내용의 ‘여권통문(女權通文)’을 발표했다. 여성의 평등한 교육권, 참정권, 경제활동 참여권을 담은 이 글에 300여 명의 여성들이 찬동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 선언서인 여권통문 발표날은 지난 2019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기획자와 평론가, 작가가 자발적으로 나서 마련한 ‘여권통문의 날’ 기념 전시가 9월 1일부터 7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가 전시공간을 내주고, 미술사학자인 조은정 평론가가 기획한 전시에 30명의 작가가 참여한, ‘연대’를 통해 성사된 전시다.

정정엽 '게릴라걸즈와의 만남' /사진제공=토포하우스




여성미술운동가이자 녹두·완두·팥 등으로 작업해 유명한 중견작가 정정엽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그룹 ‘게릴라걸즈’와의 실제 만남을 작품에 담았다. 게릴라걸즈는 망사스타킹이나 고릴라 가면을 쓰고 수십 종의 포스터를 제작해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했다. 역사적 여성인물 작업으로 독보적 스타일을 확립한 정종미는 “여성 역사는 지난하고 현대에도 그 기억은 유효하다”는 생각을 담아 음양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여성들의 영혼을 위무하는 대형 작품을 선보였다.

정종미 '여인2' /사진제공=토포하우스


추상화가 하태임은 여성의 신체적 연약함을 모성으로 극복했다는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작품을 내놓았다. 하 작가 특유의 ‘색띠’ 작업은 자신의 몸을 원의 중심으로 삼아 인체의 한계, 즉 팔길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같은 원주율을 이루며 그린 그림이다.

하태임의 '통로(Un Passage) No.204037' /사진제공=토포하우스


조은정 기획자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작가들 대부분은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여성 선배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일상에서 예술가, 아내, 어머니이자 누구의 딸로서 활동하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시에는 이들 외에 40여 명의 남녀 후원자들도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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