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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진다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




독하고 질긴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이다. 무더위와 늦은 장마까지 겹쳐 고난의 여름이 따로 없다. 지치고 무기력증에 빠지기 쉬울 때지만 9월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져본다.

코로나 19로 생활의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이동 자제령 속에 하늘길이 막혔고 여행과 관광은 직격탄을 맞았다. 갑자기 억눌린 여행 수요는 국내로 눈을 돌렸다. 서울대 소비트렌트분석센터는 지난해 히트상품의 하나로 ‘국내 여행’을 선정했다.

달라진 여러 변화 중에서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래 여행은 ‘일상의 거주지를 일시적으로 떠나 정신적·육체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24시간 이상 체재’를 관광의 정의에 포함한다.

하지만 여행의 호흡은 갈수록 짧아지고 잠시 어딘가로 훌쩍 다녀오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제 혼자나 소규모로 가볍게 움직이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호젓한 비대면 장소를 선호하는 게 대세다. 책에 나오는 정의는 희미해지고 생활 속으로 여행이 성큼 들어온 것이다. 유례 없는 거리두기 시대를 보내면서 우리는 새삼 자신과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게 된다. 재난과 질병에는 시련과 희생이 따르지만 귀중한 교훈 또한 남는 법이다. 여행이 멈춘 시대에 사람들은 외려 다양한 여행을 즐기게 됐다.



여기저기 걷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동네 주변을 걷다 자연스레 마주친 가게에도 들러본다. 그냥 지나칠 법한 카페와 빵집은 차츰 눈에 익으면서 단골이 된다. 주말엔 가까운 뒷산의 둘레길이 인기다. 길을 내려오다 소박한 맛집이나 시장을 순례하고 막걸리라도 한잔 기울이는 여유를 즐긴다. 한적한 여행지와 예쁜 숙소가 있으면 마음이 끌려 휘리릭 다녀오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여행 가운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행복 아닐까.

해외가 그리운 사람에겐 ‘랜선 투어’가 히트상품이 됐다. 집에서 인터넷을 열면 해외 현지에서 가이드가 실시간으로 여행지를 안내한다. 참가자들 사이에 가성비와 만족도가 꽤 높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행이 흔히 개인의 자유로운 여가의 영역이라면 관광은 목적성이 강한 산업과 정책으로 다뤄진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즐기는 소소한 여행은 국가 전체로는 결국 관광이 된다. 동네 상권의 소비를 돕고 지역 경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산업적 효과가 관광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여행은 빠르게 일상으로 스며들고 둘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 활기를 주는 여행은 관광 산업 발전의 출발이 된다. 거리두기 속 지혜로운 여행의 지속은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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