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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대출도 어려워지는데…서민 어깨 짓누르는 물가 고공행진

2012년 이후 처음 연간 2%대 물가상승률 나오나

한은도 올해 상승률 1.8%에서 2.1%로 상향 조정

추석 연휴 앞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물가 자극할 듯

금리 인상으로 부담 커졌는데 물가까지 걱정해야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고기나 채소 등 농축수산물 가격은 물론이고 휘발윳값에 외식비까지 모두 상승해 이제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는 것이 빠를 정도입니다. 이대로라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당국이 대출을 조이고 있는 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전격 인상하면서 가뜩이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서민들은 이젠 물가마저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습니다. 4월 2.3%로 시작해 5월 2.6%, 6월 2.4%, 7월 2.6%에 이어 8월 2.6%까지 5개월째 2%대를 기록 중입니다. 이러한 상승세가 이토록 오래 이어진 것은 지난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입니다.

8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상승하며 108.29를 기록하고있는 2일 소비자들이 서울의 한 농산물 전문 대형마트에서 급등하고 있는 채소들의 각격표를 보고 놀라고 있다./이호재기자. 2021.09.02


먼저 8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염 등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올랐습니다. 달걀(54.6%), 수박(38.1%), 시금치(35.5%), 고춧가루(26.1%), 쌀(13.7%), 돼지고기(11%) 등 주요 품목들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특히 올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살처분한 영향이 이어지면서 달걀값은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 460개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3.4%로 4개월째 3%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3.2%나 오르면서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휘발유(20.8%), 경유(23.5%) 등의 오름폭이 눈에 띕니다. 집세도 1.6% 오르면서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월세 상승률도 0.9%로 2014년 7월(0.9%)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팍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자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4.0%로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에서 2.1%로 0.3%P 높여 잡았습니다. 이주열 총재는 “농축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수요측 상승 압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중 물가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를 웃도는 2.4%로 연간으로는 2.1%를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8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상승하며 108.29를 기록하고있는 2일 소비자들이 서울의 한 농산물 전문 대형마트에서 급등하고 있는 축산물의 각격표를 보고 놀라고 있다./이호재기자. 2021.09.02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급 요인만 해소되면 점차 둔화될 수 있지만 일시적 교란 요인(노이즈)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농축산물과 석유류, 정부 정책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관리 물가를 뺀 기조적 물가는 지난해 4월 0.6%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7월 1.9%까지 올랐습니다. 기조적 물가는 변동성이 낮은 대신 지속성이 높아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 만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 것입니다.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은은 코로나19 전개 상황,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과 함께 물가지표를 보면서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수록 금리 인상 필요성도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연내 인상 가능성이 커진 만큼 올해 11월이나 이르면 10월에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은행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금융 상품별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은은 기존 0.5%였던 금리를 0.75%로 인상했다./오승현 기자 2021.08.26


문제는 정부가 오는 7일부터 국민지원금 약 11조 원을 지급하게 되면 물가는 다시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한우와 삼겹살 등 가격이 급등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추석 명절도 앞두고 있어 물가 잡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4%로 2018년 12월(2.4%)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투자 결정이나 임금 협상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도 “농산물 수급 여건 개선, 정부의 성수품 집중 공급 등 물가 하방 요인이 있지만 추석 명절 수요, 가을장마·태풍 등 상방 요인도 병존해 9월 소비자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등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각종 대출이 막히고 있는데 물가마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을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공급 확대 등으로 서민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과연 정부는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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