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회계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한 덕분에 감사인이 과거에 할 수 없던 심층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손동춘 EY한영 감사부문 파트너(전무)는 29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Y한영은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이자 생성형 AI인 EYQ를 도입했는데 내년부터는 AI 에이전트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움직인다면 AI에이전트는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복잡한 내용을 분석하는 데 적합하다. 손 파트너는 “AI 에이전트는 한마디로 AI들의 복합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는 2022년 차세대 감사 기법 플랫폼 개발, 2023년 9월 AI를 접목한 플랫폼 ‘EY.ai’ 등 AI와 감사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24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투입했다. 개별 국가별로 별도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통합 활용할 수 있는 AI를 직접 제작했다. 손 파트너는 “글로벌 AI 도구를 국내에서 적극 활용하는 회계법인은 EY한영이 유일하다”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만큼 성능이나 업데이트 측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회계·감사 부문에서 자체 AI 플랫폼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EY한영은 민감한 회계 자료가 외부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폐쇄형 클라우드 등을 활용해 보안이 철저한 자체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되는 ‘믿거나 말거나’ 식 자료도 쓰지 않는다.
손 파트너는 인터뷰 도중 EY한영이 내부에서 활용 중인 ‘EYQ 감사전문가용 생성형 AI’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질의회신을 찾아줘”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곧바로 RCPS 등 증권 약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한국회계기준원의 질의회신 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AI 활용도가 늘어나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AI가 단순 반복 작업을 대신하면서 감사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감사 보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손 파트너는 AI를 활용하면 데이터 분류가 세부적으로 이뤄지면서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감사 시간이 반드시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EY한영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고객들은 AI 활용으로 ‘감사 시간 단축 등 효율성 향상’ 외에 ‘심층 분석 등 감사 품질 향상’을 주요한 변화로 꼽았다.
그는 AI를 접목할수록 감사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손 파트너는 “AI가 단순 업무를 도맡게 되면 감사인은 훨씬 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소통이나 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더욱 많은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파트너는 “예전에는 감사를 나가면 세팅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는데 이제는 버튼 하나로 자료 정리가 끝나는 만큼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심층 분석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AI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회계법인 기술 보수가 지급돼야 하지만 업계 전반이 합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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