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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지하세계 뚫고 나오는 자유의 노래 '하데스타운'

[리뷰] 뮤지컬 ‘하데스타운’

토니상·그래미 휩쓸고 국내 첫선

재즈·포크·블루스 등 꽉찬 선율에

캐릭터별 특색 살린 가창력 돋보여

현대 자본주의 투영한 메시지도 눈길





시작부터 속이 꽉 찬 음악이 관객을 홀린다. 소울 가득한 재즈부터 포크, 블루스, 랩을 연상시키는 내레이션까지. 귀에 감기는 선율을 빈틈 없이 파고드는 배우들의 개성 강한 목소리가 치명적인 지하 세계를 완성한다. 2019년 토니상 작품상과 그래미 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에 빛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이다.

하데스타운이 전 세계 라이선스 초연으로 7일 국내에서 개막했다. 2016년 극작가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아나이스 미첼이 자신의 동명 앨범을 극화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이후 캐나다와 영국 런던 공연을 거쳐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했다.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오르페우스 신화에 현대적인 설정을 얹은 작품이다. 신화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하데스가 지배하는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다. 뮤지컬에서 오르페우스는 가난하지만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재즈 바의 웨이터로, 운명 앞에 수동적이었던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추위를 피하려 스스로 지하 행을 선택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하데스는 부당 계약으로 노동자를 묶어둔 악덕 광산 운영자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신화 속 여신이 아닌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등장한다.



풍성한 음악이 선사하는 귀 호강은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이다.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 위에 각기 다른 개성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재즈의 그루브부터 발라드의 감미로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완성한다. 공연 첫 곡인 ‘지옥으로 가는 길1’부터 예사롭지 않다. 극의 해설자이자 오르페우스를 지옥으로 안내하는 헤르메스가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부르는 이 노래는 리드미컬한 재즈 선율에 자유분방한 보컬이 더해져 관객의 흥을 북돋운다. 음악의 힘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가창력이다. 흡입력 있는 보컬의 강홍석(헤르메스), 위엄 가득한 저음의 양준모(하데스), 허스키한 음색의 김선영(페르세포네), 그리고 박강현(오르페우스)의 미성과 김수하(에우리디케)의 청아한 목소리까지. 7일 개막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목소리로 캐릭터를 표현하며 최상의 화음을 빚어냈다. 특히 헤르메스 역은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73세 관록의 배우 안드레 드 쉴즈가 소화해 ‘관객을 치명적인 하데스타운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은 캐릭터다. 강홍석은 뛰어난 가창력과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자기만의 ‘음유 시인’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잠든 욕망과 의심을 깨우는 ‘운명의 여신’ 3인(이지숙·이아름솔·박가람)의 파워풀한 목청과 신비로운 분위기도 감동을 자아낸다.

무대는 공간의 이중성과 작품의 메시지를 간결하게 녹여냈다. 반원형 벽에 둘러싸인 재즈 클럽 세트는 벽이 갈라지며 등장하는 세피아 조명 아래 이내 하데스가 운영하는 지하 광산으로 변신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봄과 겨울, 지상과 지하가 멀리 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님을 무대는 보여준다.





흥겨운 이야기가 그 이면에 품은 주제는 묵직하다. 하데스는 노동자들을 부당한 계약으로 얽매고 세뇌하여 영원히 지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하데스와 운명의 여신들, 그리고 지하의 일꾼들은 노래한다. ‘못 가진 자들은 우리 것을 탐하지. 가난이 우리의 적이지. 적을 막아내기 위해 우리 자유롭기 위해 그것이 벽을 세우는 이유.’(‘우리가 벽을 세우는 이유’) ‘여기선 이름 따윈 없어 하데스의 자비로 쓰러지도록 일하고 맘껏 죽을 때까지 착취당하면 돼. 넌 또 출근해 또 출근해 퇴근은 없어.’(‘저 아래 하데스타운2’) 저 깊은 지하 하데스 타운은 자기 이익을 위해 벽을 쌓고, 존재를 지우고, 폭력을 가하는 현대 자본주의를 투영한다. 오르페우스의 노래로 지상을 꿈꾸게 된 노동자들은 함께 ‘지금보다 더 나은 변화’를 추구하려는 공동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신화에서처럼 극 중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당도할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경고를 어겨 에우리디케와 이별한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이게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배운 교훈이죠.’ 극의 말미에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등장하며 봄을 알리고, 생(生)의 기운 움트는 계절에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마주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오르페우스 역에 시우민·조형균, 에우리디케 역엔 김환희, 헤르메스 역엔 최재림, 하데스 역엔 지현준·김우형, 페르세포네 역엔 박혜나가 함께 캐스팅됐다. 2022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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