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시험 때만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조작했으면서 ‘적법하게 제작됐다’고 거짓 광고한 수입차 제조·판매업체들에 과징금 10억 6,200만 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아우디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코리아(구 FCA코리아) 등 2개 업체가 차량 배출가스 저감 성능 등과 관련해 부당한 표시·광고를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우디폭스바겐에 8억 3,100만 원, 스텔란티스코리아에 2억 3,100만 원 등 총 10억 6,2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두 업체가 2011~2018년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인증을 통과한 차량의 보닛 내부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됐다’고 표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아우디 매거진’에서 “아우디 TDI 엔진은 유로-6를 이미 만족시키고 있다”는 등의 표현으로 차량을 광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두 업체가 아우디, 폭스바겐,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의 브랜드로 판매한 차량들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대기환경보전법도 위반했다는 점이다.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가 정상 작동하면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줄어들지만 출력이 줄고 연료가 추가 소비돼 연비가 낮아진다.
이에 두 업체는 인증시험 때만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일반 주행 환경에서는 장치의 성능이 떨어지도록 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두 업체의 차량은 인증시험을 통과해 인증을 획득했으나 이후 환경부로부터 임의설정에 따른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두 업체가 ‘적법 제작’ 등 표시·광고를 할 당시에는 인증을 획득한 상태였지만 이후 의도적 조작으로 인증이 취소된 만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은 2016년에도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고 허위광고를 해 37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1차 디젤게이트’가 터진 바 있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2016년에 이어 이번에는 ‘2차 디젤게이트’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1차 때는 아우디폭스바겐 관련 매출액이 4조 원 가까이 됐으나 이후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 이번에는 3,400억~3,500억 원에 불과해 과징금 액수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과징금이 부과된 아우디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코리아 외에 다른 업체의 경유차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공정위는 다른 사업자들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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