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민영 아파트의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서 물량의 30%는 신청 자격을 완화해 추첨제로 뽑는다. 1인 가구나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 고소득 청년층도 특공에 당첨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공급 물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신청 및 당첨 자격을 낮춘 것은 신혼부부와 청년 등 수요자들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 8월 28일자 10면 참조
◇생애최초·신혼 특공에 문턱 낮춰 30% 추첨제 도입=
국토교통부는 최근 열린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회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생애최초·신혼 특공 제도를 일부 개편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1인 가구 △맞벌이 고소득 가구 △자녀 수가 없거나 적은 신혼들에게 특공 신청과 당첨 기회를 주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생애최초 특공은 신청 대상을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1인 가구는 아예 신청을 할 수 없다. 신혼 특공의 경우 자녀 수 순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무자녀 신혼부부는 사실상 당첨이 어렵다. 또 두 특공 모두 소득 기준이 현행 도시근로자의 160%를 초과하면 신청이 제한된다.
정부가 신혼·생애최초 특공의 30%는 요건을 완화해 추첨제로 공급하기로 했다. 30% 추첨 물량에 대해 생애최초 특공은 1인 가구도 청약을 허용하고 신혼 특공은 자녀 수가 당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다. 두 전형 모두 소득이 160%를 초과해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완화된 요건은 민영주택에만 적용된다. 일종의 ‘금수저’ 특공을 막기 위한 조치도 동반한다. 소득 160%를 넘으면 보유한 부동산 가액이 공시지가와 시가표준액 기준 3억 3,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단 전세보증금은 포함하지 않는다.
◇공급 늘지 않으면 결국 을의 ‘로또’ 전쟁=
정부는 이번 특별공급 개편으로 그간 청약 시장에서 소외돼 기축 매매 시장으로 쏠렸던 청년층의 수요를 신규 청약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신설되는 30% 추첨에 해당하는 물량은 전체 공급 물량 대비 약 9%, 연간 약 1만 8,000가구 규모로 추산된다.
문제는 당첨 경쟁률이다. 30%의 추첨제 물량은 신규 대상자뿐 아니라 기존 대상자 중 우선 공급 탈락자들이 함께 추첨 대상에 포함된다. 결국 기존의 한정된 특공 물량을 두고 기존 대상자와 신규 대상자가 경쟁하는 구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이 함께 늘지 않는다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구조”라며 “기존 대상자들의 물량을 신규 대상자들에게 준다는 점에서 결국 한정된 물량을 두고 이 청년과 저 청년이 경쟁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각 금융기관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한도를 낮추는 추세다. 이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을 늘리면서 차주가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분양가가 비싼 수도권의 경우 완화된 기준에 따라 생애최초 특공에 당첨되더라도 중도금 대출 제한, 또는 대출 한도 축소로 실제 이를 구매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달 중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입법 예고한 뒤 10월 규제 심사를 거쳐 11월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둔촌주공아파트 등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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