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시작되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국회가 기업들을 무더기로 호출한다. 대기업 총수 등을 불러놓고 호통만 치다 끝내는 이른바 ‘군기 잡기 국감’은 정작 기업과 소비자 간 이해 충돌은 해소하지 못한 채 기업을 들러리 세운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지만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상임위원회별로 신청한 기업 증인을 보면 행정안전위원회는 택배 등 운송 기업, 정무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은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까지 호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산자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카카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정무위원회에서 카카오페이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기구인 을지로위원회에서 상임위별 주요 현안 기업을 선별해 국감 안건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 기획안을 보면 여당이 국감에 증인으로 요청하려는 플랫폼과 빅테크 기업은 전방위적이다.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을 비롯해 △기획재정위원회 안경 판매 플랫폼 △국토위 부동산 정보 플랫폼 △산자위 숙박 애플리케이션 등이고 과방위는 언론·미디어 플랫폼을 망라해서 호출할 예정이다.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각 의원들로부터 카카오와 네이버에 증인 요청이 쇄도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까지는 취합 수준으로 오는 16일까지 여야 간사가 협의해 합리적인 증인 채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단 부르고 보자’식 증인 신청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행안위 야당 의원들은 택배 운송 기업 등을 중심으로 증인 채택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000120)을 시작으로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쿠팡 △네이버 △이마트 △컬리 등 운송 배송 업체 최고경영자(CEO) 모두를 부를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노조 갑질의 폐해를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갑질 폐해를 따진다며 기업 대표들을 국감에 출석시킨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노조는 증인 신청도 하지 못한 채 기업 대표를 불러 훈계성 질문을 하려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국회가 국정감사를 기업 감사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이제라도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할 때는 구체적인 기준과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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