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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기준금리 올려 집값 잡을 수 있나…금통위원도 갑론을박

돈줄 조여도 전국·수도권 집값 상승률 최고

집값 리스크 관리 안하면 금융 안정 저해

금리 인상 늦어지면 자산 변동성 더 확대

기준금리 인상은 근본 대책 아니다 의견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일부 시중은행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돈줄 조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23.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9월 둘째 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0.4% 상승해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매번 깨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기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1.5로 기준선인 100를 크게 넘어 여전히 매수심리가 강합니다.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어도 집값이 좀처럼 잡힐 것 같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 8월 26일 금통위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당시 금통위는 고승범 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돼 빠지면서 금통위원 6명이 참석해 5명이 인상 의견을 냈습니다. 예상대로 의사록에는 집값과 가계부채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를 막고 집값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낸 한 금통위원은 “주택가격의 오름세 확대로 소득대비 가격비율(PIR)이 여타 국가대비 상당히 빠르게 상승하고 장기균형 수준 대비 괴리율도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관련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을 경우 채무 상환 부담 확대, 급격한 가격조정 가능성,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으로 경제 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은 미래 금융불안정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민들이 생애 적절한 주거서비스를 누리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했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금통위원은 “정책조정을 지연할 경우 향후 급격한 정책조정의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되며, 이에 따라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취약부문의 어려움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금통위원도 “다양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행되고는 있으나 규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부문에서의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는바 통화정책적 대응이 동반되어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0%로 유지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경기 하남 감일지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현재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주상영 위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집값 자체는 우려할 상황이지만 기준금리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 위원은 “지난 6~7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지만 기준금리의 미세조정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화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근거도 없고, 한은의 본래 목적인 물가안정이나 금융안정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주 위원은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는 경기와 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입증됐지만 주택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은 데다 주택경기와 실물경기의 순환 양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안정 및 물가안정 목표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주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걸까요. 주 위원은 통화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2005년 이후 지난 17년 간 하락 반전 없이 추세적으로 증가해왔기 때문에 기준금리 조절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시적 억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가계대출 관행과 규제정책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은도 기준금리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기준금리를 안 올리는 것보다 올리는 것이 좀 더 효과가 있다는 정도입니다. 한은은 “최근 주택 시장 상황과 완화적 금융 여건에서 높아진 가계의 수익 추구 성향을 감안할 때 당분간 대출 수요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9일 “가계부채 문제는 자산 시장하고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자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이미 발표된 주택 공급 계획 추진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올렸을 때 집값 상승률이 0.25%P 둔화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율도 0.4%P 둔화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다만 경제성장률은 0.1%P 떨어지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는데 중장기적으로는 금리를 올려 금융불균형 위험을 완화해야 거시경제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당초 목표로 했던 집값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지 못한 채 취약계층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한은은 올해나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됐는데 여기서 멈추거나 다시 후퇴한다면 금융불균형 문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정부 대책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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