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도 한숨 돌린 모습이다. 갑작스런 은행채 발행 증가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2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LCR 규제 완화 조치를 6개월 재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LCR 등 유동성 비율이나 예대율 규제 관련 안건을 오는 29일 정례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이번 LCR 규제 완화 연장을 회사채 시황에 우호적인 소식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신영증권은 16일 보고서에서 “은행권 LCR 완화 연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는 크레디트(회사채) 투자 심리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해석했다.
증권가가 LCR 규제 정상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였던 배경은 은행들의 유동성 확보 수요 확대로 ‘은행채 발행 증가→금융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회사채 시장 약세’의 나비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금융위는 은행들이 지켜야 할 최소 LCR 비율을 한시적으로 100%에서 85%로 낮췄다. 이후 금융위는 두 차례에 걸쳐 LCR 규제 완화안을 6개월씩 연장해 LCR 규제 비율은 약 1년 6개월간 85%로 유지돼왔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은행으로 하여금 시중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LCR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 고(高)유동성 자산 규모를 향후 1개월간 순현금 유출액(현금 유출-현금 유입)으로 나눈 비율이다. LCR이 100%라면 은행들이 뱅크런 상황에서 아무런 정책 지원 없이 한 달간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금 인출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LCR 규제 완화안이 이번 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만큼 업계에선 은행채 수급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증권가에선 LCR 규제 비율이 다시 100%로 돌아올 경우 시중·지방은행에서 필요한 고유동성 자산 규모가 20조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중은행들의 LCR 비율이 90% 안팎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이것이 금융채·회사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위가 LCR 규제 완화 조치를 6개월간 연장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고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LCR 규제 외에 주목하는 정책 변수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관련 스탠스,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이 있다. 신영증권은 “기준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불안감이 재차 확대되면서 크레디트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크레디트 투자심리가 전격적으로 바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라고 해석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가계대출 규제 강화는 은행채·여전채 발행 규모를 줄이면서 4분기 전체적인 크레디트 채권 발행 규모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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